“법치! 사상무장!” 통제 몰두하는 북한…오로지 정권 보위?
북한이 오늘(17일) 자신들의 헌법상 최고 기관이자 우리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 진행되고, 결과는 회의 종료 뒤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회의에 참석할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우선적인 관심사이지만 전문가들은 회의 공식 안건에 주민 통제 강화를 위한 현안들이 올라와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검찰 사업 실태'도 안건에 …공포 정치 강화
이번 최고인민회의 공식 안건은 ▲ 내각의 사업 정형 ▲ 2023년 과업 ▲ 2022·2023년 국가 예산 ▲ '평양문화어 보호법' 채택 ▲ 중앙검찰소 사업 정형 ▲ 조직(인사) 문제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중앙검찰소의 사업 실태'를 독립 안건으로 다루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합니다. 북한은 최근 각종 법과 제도를 만들어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사회 기강을 잡는데 몰두하고 있는데요. 최고인민회의에서 검찰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는 것도 통제를 보다 강화하고 체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평양문화어 보호법' 채택 안건도 눈길을 끕니다. 남한식 말투나 호칭 등 북한 사회로 유입되는 외부 문물에 대한 통제를 한층 더 강화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북한은 2020년 남한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통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공포 정치'의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 김정은식 '사회주의 법치', 통치 수단일뿐
통제의 근거로 삼는 것은 '법치'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도 보위, 정책 보위, 인민 보위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주의 법치국가 건설"을 강조했고,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도 '준법 기풍 확립' 문제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사회주의 법치국가'라는 표현은 김정일 시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됐습니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 '사회주의 법치국가론'이 우리국가제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와 더불어 정권의 주요 통치 자원으로 부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사회주의 법치국가'를 전면에 내세운 김정은이 이를 통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김정은의 권력과 국가의 권능을 지속적으로 제고하려는 의도"라고 봤습니다. 기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법치와 달리, 북한의 법치는 정권 유지와 강화가 주 목적이라는 뜻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전원회의가 소집된 와중에도 사회주의 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에 참석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집권한 이후 첫 헌법 제정 기념일 보고대회 참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체제 수호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거란 분석이 나왔지만, 한편에선 그만큼 내부 위기와 그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란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 자나 깨나 '체제 안정'…인민은 어디에?
북한은 주민 통제와 더불어 청년층의 사상 무장에도 공을 들이면서 자나깨나 체제 안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오늘도 청년 세대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대 이은 충성'을 요구했습니다. 당이 새 세대 청년들을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혁명의 승패가 좌우되고 민족의 전도가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어제 엘리트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전원회의에서는 '혁명학원들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화할 데 대하여'를 상정·가결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도 지난해 10월 만경대혁명학원을 나흘 간격으로 연이어 찾아 "비사회주의적 요소가 '바늘 끝'만큼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투쟁과 교양의 도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북한을 이끌어갈 엘리트 자제들의 사상 무장을 요구한 것으로, 청년층의 충성 확보가 체제 안정에 시급한 요소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김갑식 연구위원은 "체제 보위와 후세대 양성에 대한 중요성은 북한의 대내외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 성과 독려 역시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권 유지가 목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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