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찾아 삼만리'...4박 5일 태국 현지 취재기
■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김철희 사회1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김성태 전 회장 귀국에 맞춰 현지 취재에 나섰던 YTN 취재진도 역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태국에서 귀국한 취재기자와 함께 현지 취재 후일담 들어보겠습니다. 김철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결론부터 물어보겠습니다. 김철희 기자, 결국 김성태 전 회장의 얼굴을 언제 본 겁니까?
[기자]
저희가 귀국하기 마지막 순간이었고요. 비행기 타기 직전에 처음으로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태국에 머물 때는 당국 협조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김성태 회장 일행을 만나기가 어려웠는데 가령 저희가 한국대사관 쪽에 문의를 하면 검찰 소관이라서 검찰 쪽에 문의해 달라든가 이민국 쪽에 문의를 해달라고 하고 또 막상 이민국이나 수용소 쪽에 가서 물어보면 한국 대사관 허락이 필요하다,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와라. 이런 식으로 좀 떠넘기다 보니까 저희는 결국 얼굴을 못 보고 출발 직전까지...
[앵커]
마침 마이크를 대는 모습이 나오네요.
[기자]
맞습니다. 저희가 만났던 마지막 순간의 모습인데요. 저게 마지막에 극적으로 만났을 당시고. 사실 비행기 탑승 전에도 저희가 이른바 기자들이 뻗치기 한다고 하죠.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렇게 김성태 회장을 기다렸었는데 미끼 작전 같은 데 걸려들기도 했었는데요. 뒤에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려고 하는데 어쨌든 마지막 순간에 저렇게 마주칠 수 있어서 기뻤던 것 같습니다.
[앵커]
김철희 기자도 밀착취재하고 있는데 질문이 어떤 것들이었어요?
[기자]
일단 저희가 가장 궁금했던 게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고 했으니까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모르는 게 맞느냐라든가 대북송금 의혹 인정하셨는데 얼마를 그러면 개인돈으로 줬다는 거냐, 이렇게 조금 더 꼬리 질문을 하려고 했고 나름 또 대답을 해 주기는 했지만 혐의를 또 조금은 부인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앵커]
가장 성과 있었던 답변은 어떤 거였죠?
[기자]
일단 제일 눈에 띄는 건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는 얘기가 저희가 지인들한테 들었을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일관되게 나왔다는 부분이 좀 인상깊었고요.
[앵커]
그런 얘기를 자세하게 풀어내겠습니다. 김 기자가 출국한 게 지난 금요일이고 5일 동안 기다린 끝에 마지막에 마주하게 됐습니다. 태국으로 넘어가서 가장 먼저 갔던 곳은 어디였습니까?
[기자]
저희가 처음 찾았던 곳이 바로 김 전 회장이 체포됐던 골프장이었는데요. 태국의 빠툼타니라는 지역이 있는데 거기 있는 골프장이었습니다. 골프장이 아니라 호텔도 같이 겸하고 있는 곳이어서 아예 저희가 첫 숙소로 잡아서 하루 묵게 됐는데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더라고요.
일단 하루 묵고 다음 날 일어나서 취재를 하려다 보니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첫 번째로 일단 한국 리조트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한국인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조식메뉴도 살펴보니까 한식이라고 볼 수 있는 메뉴도 꽤 많았고요. 식당에 꽤 많은 사람들이 꽉 채워서 앉아 있었는데 저희가 보기에는 거의 다 한국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한국인들이 가득 차 있었고 또 아예 따로 한식당까지 호텔 안에 마련돼 있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고.
저희가 생각했을 때 아마 김성태 전 회장 일행이 굳이 여기를 선택한 것도 한국인들이 워낙 많으니까 평범한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런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또 사실 김 전 회장 얼굴이 언론을 통해서 계속 공개가 됐었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한국인이 많은 곳에 머무를 수 있었던 건 또 그만큼 잡히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게 아닌가, 그런 추측도 해 봤습니다.
[앵커]
도피 직후의 모습, 검거 당시의 모습 또 귀국 직후의 모습이 조금씩 아까 말한 대로 머리 모양도 다르고 그런 모습들도 좀 눈여겨볼 대목이고 이렇게 도피 중에 평범한 관광객인 것처럼 골프장을 누볐다는 것도 황당한데 태국에서는 그러니까 어떤 생활을 어떻게 했다는 겁니까?
[기자]
골프장에서 보였던 모습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냥 평범한 관광객처럼 일반인처럼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태국 정부가 김성태 회장 검거 관련해서 브리핑도 열었는데요.
거기 힌트가 좀 들어 있었습니다. 핵심은 평범한 일반인처럼 행동하면서 누릴 것은 다 누렸다는 건데요. 지난해 7월 태국으로 왔던 김 전 회장이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방콕 도심부, 중심부 쪽에 거주를 했었는데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반인처럼 일상을 보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쫓겨다니는 도망자처럼 보이지가 않았고,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요. 김 전 회장 측이 앞서 저희 취재진을 만나서 자기 때문에 구속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지옥같이 보냈다, 이런 말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경찰이 밝힌 이런 생활이라든지 저희가 또 살펴본 생활을 보면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았던 것으로 일단 추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앵커]
현지에서 한국인들이 많은 곳을 주로 다니기도 했었고 일상처럼 다니기 때문에 현지에서 도운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가 조력자로 알려졌던 전 태국 한인회장 한 분을 만났었는데요. 일단 본인이 알려진 것처럼 조력자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을 했었습니다. 이 부분 녹취로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전 재태국한인회장 : 제가 만난 건 사실인데 그때 적색수배가 떨어지기 전에 좀 한두 번 만나서 골프 치고 뭐 하고 한 건데…. 적색 수배 떨어지고는 서로가, 김 회장도 나한테 피해를 안 주려고 안 만나려고 그랬고.]
[기자]
또 김 전 회장이 성대로운 생일파티를 여는 등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즐겼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는데요.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전 재태국한인회장 : 생일파티 했다는데 술집도 한 번 가봐라, 그 술집이 한국 술집 조그마한 거 노래방 같은 거다. (검거된 골프장도) 진짜 싼 축에 들어가는 골프장입니다. 근데 그걸 호화 골프장이라고 얘기하고….]
[기자]
또 본인이 김 전 회장 일행이 검거될 당시에 함께 있었던 건 사실이 아니다 이렇게 부인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저희가 실제로 확인해 보니까 A씨가 함께 있었던 것이 맞다고 하고 경찰이 들이닥치니까 도주한 것으로 일단 파악이 됐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A씨 등이 도피를 도운 게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고요.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서 직접 불러서 조사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오늘이 17일이고 일련의 과정들이 굉장히 숨가쁘게 긴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요. 지난주에 현지 이민국 직원들에 의해서 검거됐고 이틀 뒤에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고 그 이후에 YTN에서 김철희 기자를 급파했습니다.
포함해서 취재진을 급파했는데 주말 뉴스 할 때 현지에서 중계로 현지 상황을 보여줬잖아요. 그때 골프장, 대사관, 수용소 이렇게 옮겨다니면서 현장 상황을 우리에게 알려줬었는데 수용소는 어떤 곳입니까?
[기자]
이곳이 태국 이민국에서 운영하는 곳이고요. 방콕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옆에 이민국 건물이 크게 하나 들어서 있는데 여기는 거의 버려지다시피 하고 있고 옆에 수용소만은 그대로 운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저희가 대사관 쪽에 물어보니까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전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면회가 가능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로는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하니까 방역을 이유로 들면서 접견 절차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서 절차가 엄격해지다 보니까 그 전에 있었던 걸 통해서 내부 사정을 추측해 볼 수 있는데 난민단체가 남긴 글을 보니까 거의 한 방에 100명 넘는 수용자들이 굉장히 좁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고 화장실이 한 2개 정도밖에 없어서 굉장히 편의시설이 부족해 고충이 크다, 이런 얘기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아마 김 전 회장 측도 수용소 환경을 경험한 뒤에 귀국을 결심한 게 아니냐, 이런 추측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앵커]
앞서 김철희 기자, 이민국이나 대사관 협조 얻기가 어려워서 김 전 회장 만나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얘기를 해 줬는데 결국에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려면 공항에 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저희가 다 그날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출국하는 날 이민국 앞에도 있었고 공항 앞에도 차례로 지켜봤는데요. 일단 수용소 앞에서는 밤이 늦을 때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가 8시 반쯤 되니까, 저녁입니다. 호송차가 수용소 안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저희에게 전해 졌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일단 공항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수용소에 있는 취재진 쪽에서 저희한테 알려왔던 건데요. 일단 그쪽 취재진 말을 들어보니까 일단 어두워서 정확히는 보이지 않지만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에 탔다. 3대 정도가 출발한 것으로 보이니까 한 30분 이따가 도착할 것 같다,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저희가 조를 나눠서 공항을 지켰는데 이게 앞서 말씀드렸던 그 미끼였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김 전 회장 일행이 그 차에 없었던 거죠.
[앵커]
한 차가 들어왔는데 그 차에 김성태 회장이 없었던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보시는 저 차가 저희가 쫓았던 차인데요. 철창이 있고 안에 불법이민자로 보이는 분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쫓아다니면서 계속 차량을 쫓았는데 결국 나중에 세워서 살펴보니까 김성태 회장 일행은 저기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다른 차량이 이렇게 돌면서 저희 시선을 돌리는 동안 실제 김 전 회장이 탄 차는 다른 경로로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결국 파악됐고요. 방콕공항에서도 일반인 접근이 차단된 별도 구역을 통해서 들어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앵커]
요란한 호송, 이렇게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한 미끼도 만났습니다마는 아까 화면에서처럼 출국 직전에 김성태 전 회장을 만나기는 만났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만났는데요. 사실 추격전을 벌이고 나서도 놓쳤던 터라 다들 허탈한 게 컸고 이러다가 못 만나는 건 아닌가, 혹시 이 비행편을 안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사실 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탑승 직전까지도 회장 모습이 안 보여서 불안함이 컸었는데 반대편에서 계단을 통해서 내려오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한손에는 책을 한 권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서 저희가 지금 화면에 나오는 것처럼 기자들이 붙어서 질문을...
[앵커]
거구여서 눈에 확 띄었을 것 같아요.
[기자]
사실 처음에는 지금 내려오는 사람이 맞는가,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요. 저희가 붙어서 질문을 해 보니까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 부분은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성태 / 쌍방울 전 회장 : (대납 의혹 같은 경우도 아예 모르시는 건가요? 이재명 대표뿐 아니라.) 대납 의혹,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그거 뭐. (배임이나 횡령 혐의는 일부 인정하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그 입장은 변화 없으신 거죠?) 인정한 적 없는데?]
[기자]
또 김 전 회장 측이 제일 마지막 줄에 앉아 있었는데요. 저희 YTN 취재진이 운이 좋게 그 앞쪽 한 두세 줄 정도 차이가 나는 곳에 앉아 있어서 탑승 후에도 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검찰 조사 성실히 받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내놨고요.
또한 흥미로운 부분 중에 하나가 아까 언급했던 읽고 있던 책이 있었는데요. 한손에 책을 꼭 쥐고 있어서 저희가 제목이 살짝 보여서 탑승한 뒤에 살펴보니까 태조 이성계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좀 살펴보니까 1380년도 황산대첩 당시에 이성계가 1000여 명의 병력으로 대군을 거느린 왜구와 싸우는 얘기가 담겨 있었다고 하는데요.
주제를 살펴보니까 인생을 건 한판승부, 한산대첩이 이성계 인생에 굉장히 큰 계기가 됐다.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본인의 인생을 건 한판승부를 생각한 게 아닌가, 그런 추측도 가능하지만 정확한 건 김 전 회장만이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직접 고른 책인지 누가 추천한 책인지도 궁금하고 마침 제목이 인생을 건 한판승부네요. 물론 우연이겠습니다마는.
[앵커]
지금 저희가 화면으로 익숙한 모습은 김성태 전 회장인데 함께 붙잡힌 인물 중에도 양선길 현 회장도 있습니다. 양 회장은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기자]
저희가 처음 태국에서 만났을 때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요. 그다음에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서로 시차를 두고 나왔기 때문에 저희 취재진이 붙어서 질문을 할 수가 있었는데요.
지금 양선길 회장 같은 경우에도 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던 김 전 회장과 달리 양 전 회장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요. 저희가 질문한 모습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양선길 / 쌍방울 회장 : (현재 회장이신데 책임질 일 있으시잖아요) …. (처음에 귀국 안 하려고 하셨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귀국하는 거로 마음 바꾸셨어요?) …. (한 마디만 해주시죠, 다 국민들 보고 있는데.) ….]
[기자]
이번에는 침묵을 지키기는 했지만 이후 검찰 조사를 어쨌든 함께 받게 될 거니까요. 수사에서도 침묵을 지킬지 또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 관심일 것 같습니다.
[앵커]
지난해 5월 쌍방울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후 8개월 만에 압송된 김성태 전 회장 취재기를 사회1부 김철희 기자로부터 들었습니다.
지금 고강도 집중 조사 중이기 때문에 관련 속보는 YTN 통해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철희 기자, 질문하느라 수고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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