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해’에 제주 사라봉 ‘토끼’는 왜 애물단지가 됐을까

박미라 기자 2023. 1. 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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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전부터 보이기 시작 지난해 개체수 급증
제주시, 오름환경훼손 생태계 교란 포획 불가피
40여마리 서식 추정…올해 지속 포획 예정
제주시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즐겨찾는 오름인 사라봉 정상에 수년전부터 굴토끼가 서식하기 시작해 그 수를 불리고 있다. 사라봉 정상 곳곳에서 놀고 있는 토끼들. 박미라 기자
사라봉 정상 곳곳에 제주시가 제작한 ‘공원은 집토끼가 거주하기 적합한 환경이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미라 기자

제주시 도심인 건입동에 위치한 사라봉. 접근성이 좋아 많은 시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시민들이 정상에 오른 후 몸을 풀고 있으면 그 사이로 귀를 쫑긋 세운 토끼들이 껑충 뛰어다닌다. 정상부 비탈진 곳 돌 틈이나 나무 뒤에서 튀어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토끼들은 검은색, 하얀색 바탕에 얼룩무늬, 회색 등 무늬와 색도 다양하다.

검은토끼의 해 ‘계묘년’에 제주시가 사라봉 정상에 서식하는 수십마리의 토끼에 대한 대대적인 포획에 나섰다. 원래 사라봉은 토끼의 서식지가 아닌데다 최근 개체 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제주시는 이달 초 한차례 사라봉 정상에 서식하고 있는 토끼 포획에 나선데 이어 올해 수시로 토끼 포획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토끼는 현재 사라봉 정상부에서 주로 발견된다. 문제는 원래 사라봉 그 어디에서도 토끼가 서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상에서 토끼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이다. 토끼 품종은 제주시가 전문가와 함께 조사한 결과 굴토끼로 확인됐다. 가축화돼 세계에서 널리 기르고 있는 집토끼의 일종이다.

제주시는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한 결과 수년 전 누군가 가정에서 키우던 굴토끼를 이곳에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굴토끼는 연간 5차례 이상 번식을 하고,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실제 토끼는 사라봉에서 지난해 개체수가 크게 늘어 40마리가 넘었던 것으로 제주시는 추정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사라봉 토끼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뛰어노는 고유종이 아닌 굴토끼로, 누군가 키우던 토끼를 여러차례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시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즐겨찾는 오름인 사라봉 정상에 수년전부터 굴토끼가 서식하기 시작해 그 수를 불리고 있다. 사라봉 정상에서 놀고 있는 토끼. 박미라 기자

제주시는 토끼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포획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 자리잡은 많은 수의 토끼로 인해 생태계 교란, 환경훼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끼가 증가하면 이를 먹이로 하는 들개와 고양이, 족제비 등도 사라봉으로 유입되는 등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시는 또 굴토끼는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 송이(스코리아)로 이뤄진 사라봉의 침식이 가속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제주시는 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10여마리의 토끼를 포획했다. 올해는 모두 잡을 때까지 포획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포획한 토끼는 원하는 이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다만 포획은 잠자리채와 같은 그물망을 이용하는데, 비탈진 곳이 많고 토끼들의 경계심이 높아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은 귀엽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 토끼를 굳이 포획할 필요가 있냐며 아쉬워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이대로 뒀다가는 사라봉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라봉 토끼는 누군가 무책임하게 동물을 유기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나쁜 사례”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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