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장연에 “비공개로 합동면담하자”···D-2 여전한 ‘힘겨루기’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오세훈 시장과 설 연휴 전 비공개 면담을 마지막으로 요청했다. 다른 장애인 단체와 함께 만나는 조건이다. 일정 등을 조율하던 상황에서 ‘최후통첩’을 받은 전장연은 서울시가 면담에 앞서 ‘명분 챙기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7일 서울시는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협의를 해왔으나 전장연 측이 단독 면담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애인 단체 합동 비공개 면담을 마지막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권리 예산 등을 요구하며 출퇴근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이어왔던 전장연은 오 시장과 대화를 전제로 오는 19일까지 시위를 중단한 상태다. 면담 불발 시 시위 재개를 예고한 바 있다.
서울시는 탈시설 지원 등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과 오 시장과의 단독 면담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단체만의 의견 수렴으로는 애로사항 청취, 실효적인 정책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서울시 제안에 “짜인 각본대로 가고 있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면담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 관계자는 “오 시장과 면담하는 방식이나 일정은 확정된 것은 없다”며 “내부 회의를 통해 서울시 제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오는 18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4일 오 시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전장연의 대화 제안을 수용하는 듯 보였으나 서울시 측의 입장은 줄곧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면담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으나 힘겨루기 양상이 지속되면서 서울시가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을 의심하는 지적도 나온다.
전장연을 포함한 장애인 단체를 순차적으로 면담해 의견을 종합하는 방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오 시장은 이미 우리를 배제한 채 다른 단체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으면서 또 공동 면담을 이야기한다”며 “문제를 풀려는 것인지, 장애인 단체끼리 비난하는 모습을 보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단체들은 합동으로 만나고 전장연만 단독으로 만나는 데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합동 면담이) 가능한 단체들과 협의 중이나 아직 회담 성사 여부가 불확실해 실무적 진행 단계까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법원이 내놓은 ‘2차 조정안’도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중앙지법은 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시위를 중단하는 대신 서울시가 모든 지하철역에 내년까지 엘리베이터 동선을 확보하는 ‘1차 조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하철이 ‘5분 이상’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원씩 지급하라는 조정안의 조건에 “1분 지연도 용납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법원은 해당 조항을 삭제한 ‘2차 조정안’을 내놨다. 시간에 관계없이 운행 지연 발생 때마다 500만원씩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다른 방식의 선전전이 진행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6일 서울시는 전장연을 상대로 지하철 지연에 대한 6억원이 넘는 새로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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