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청각 장애 있어도 '같은 세계'를 느낀다

박정연 기자 2023. 1. 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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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외부 세계를 인식하기 위해 시각, 청각 등 모든 감각을 사용한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프란체스카 세티 IMT루카고등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인간의 뇌는 시각이나 청각 경험으로부터 독립된 채 외부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도 전형적인 발달을 거친 사람과 동일한 인식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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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IMT루카고등연구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리의 뇌는 외부 세계를 인식하기 위해 시각, 청각 등 모든 감각을 사용한다. 이를 '다감적 처리'라고 한다. 선천적으로 특정 감각기관의 기능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다감적 처리가 가능한지는 학계의 논쟁거리였다.

뇌 신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해답을 내놨다. 선천적 청각,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도 일반적인 감각 발달을 거친 사람과 같은 다감적 처리가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다. 같은 애니메이션을 접했을 때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동일한 반응 패턴이 나타났다.

에밀리아노 리카르디 이탈리아 IMT루카고등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감각기관 장애를 타고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상에 대한 정보를 인식할 때 뇌 영역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에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선천적 시각장애인 11명, 청각장애인 9명 그리고 전형적인 발달을 거친 30명 등으로 구성된 50명의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의 편집본을 보여주면서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fMRI는 뇌의 특정 부위가 사용될 때 그 영역으로 가는 혈류량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뇌가 활동할 때 어떤 부위의 신경이 어떻게 활성화됐는지 알 수 있다. 

시각장애인 참가자에게는 배경이나 상황을 소리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애니메이션의 오디오 버전이 제공됐으며 청각장애인 참가자에게는 상세한 자막이 포함된 비디오 버전이 상영됐다. 감각 기관이 불편하지 않은 참가자는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오디오 버전, 비디오 버전, 일반 버전의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

각 버전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동안 전체 참가자는 모두 뇌의 상측두엽이란 부위의 피질이 유사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측두엽은 언어의 이해 등 인지와 관련된 부위다. 

달마시안이 짖는 장면에서 달마시안의 짖는 모습을 본 청각장애인과 달마시안의 짖는 소리를 들은 시각장애인 그리고 일반적인 감각 능력을 지닌 참가자는 모두 동일한 수준의 인식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피질 반응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특히 참가자의 발달하지 않은 감각 기관과 관련한 뇌 영역에서도 반응이 일어난 것에 주목했다. 애니메이션 속 달마시안이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도 청각 정보와 관련한 뇌 부위의 피질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유사한 반응 패턴이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에게서도 같은 관찰 결과가 나왔다. 보거나 들을 수 없어도 뇌 속에서는 실제 시각과 청각 정보를 접한 것과 같이 다감적 처리가 일어난 것이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프란체스카 세티 IMT루카고등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인간의 뇌는 시각이나 청각 경험으로부터 독립된 채 외부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도 전형적인 발달을 거친 사람과 동일한 인식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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