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면세점·온라인 화장품 구매수량 제한"…사재기 막는다(종합)

1인당 구매 수량 10개로 제한 '선제 조치'
"재판매 꼼수 방지·브랜드 가치 보호"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아모레퍼시픽이 엔데믹(풍토병) 전환과 함께 1인당 구매 수량 제한을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고 특정 고객이 대량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사재기를 막기 위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면세점 구매 수량 제한을 도입했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윤조 에센스·헤라의 블랙쿠션·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 대표 상품들이 대상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내·외국인 면세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면세점 구매 수량 제한이라는 선제적인 해법을 마련한 셈이다. 특정 고객이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것을 방지하고 여러 고객이 아모레퍼시픽 제품이 없어서 못 사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내·외국인 여행객 증가로 면세 이용객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외국인 방문객이 전년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내국인 고객도 200만명가량 늘어나며 국내외 면세점 방문객이 2년 만에 10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한 예방책으로 풀이된다. 일부 고객이 사재기해 되팔 경우 브랜드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뷰티업계뿐 아니라 에르메스·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부터 자사몰 '아모레퍼시픽몰'에서 온라인 제품에 대해서도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도 구매 수량이 제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제품당 구매 가능 개수는 10개로 일부 품목에 따라 구매 수량이 상이하다.

정부가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여부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뷰티 제품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한 뒤 재판매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더욱 많은 고객들이 아모레 제품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매수량 제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구매수량 제한이 엔데믹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로 아직은 면세점 큰손인 중국 따이공의 한국 입국이 여의치 않지만, 향후 입국 제한이 완화되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면 화장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중국인 입국자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조치에도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투자증권은 15만5000에서 18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15만원에서 18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올렸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여행 증가로 인한 면세점 활성화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등 호재가 많아 뷰티 관련 매출이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 급증에 따른 품귀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업계 전반에서 구매수량 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면세점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017년에도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많은 물량을 대리로 구매한 뒤 현지에서 되파는 것을 막기 위해 구매 수량을 10개로 제한한 바 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