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감사하다’는 독일 국방장관, 결국 사임
전문성 부족, 군 개혁 부진,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논란이 됐던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결국 사임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람브레히트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 자신에 대한 몇 달에 걸친 언론 보도로 인해 군과 병사들, 안보정책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21년 12월 출범한 올라프 숄츠 내각의 첫 국방장관인 람브레히트 장관은 시작부터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군 관련 경험이 없는 그는 애초 국방장관이 아니라 내무장관직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독일군 계급 체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해 우려를 자아냈고, 취임 후 5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잘 모른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람브레히트 장관의 역량 부족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더욱 가시화했다. 독일은 전쟁 발발 사흘 만인 지난해 2월27일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증액하고 군 장비 현대화를 위해 1000억유로(약 134조원) 규모의 특별국방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독일 국방부의 개혁 작업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범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국방전문가 울리케 프랑케는 뉴욕타임스에 “변화를 위한 실질적 기회들이 있었지만 람브레히트에게는 개혁을 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독일이 자랑하는 최신 푸마 장갑차 18대에서 무더기로 결함이 발견되는 악재도 뒤따랐다.
부적절한 처신과 실언도 도마에 올랐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지난해 여름 가족 휴가 때 군용 헬기에 아들을 동승시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지난 1일에는 새해맞이 폭죽이 터지는 굉음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흥미롭고 훌륭한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하는 영상을 올려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군 최고 책임자가 아니라 관광객 같았다”고 꼬집었다.
람브레히트 장관 사임은 독일 정부가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 2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변국들의 압력이 커지는 시점에 이뤄졌다. 폴란드와 핀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 2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여기에는 제조국인 독일의 승인이 필요하다.
람브레히트 장관의 후임으로는 라스 클링바일 사회민주당 대표, 사민당 소속인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장관, 에바 회글 국방특임관 등이 거론된다. 숄츠 총리가 남녀 동수 내각을 약속한 바 있어 후임 장관도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후임자가 누구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지원에 소극적인 독일 정부의 기본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결정권을 숄츠 총리가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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