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관계 여직원 뇌출혈 방치 사망’ 국토연 전 부원장 1심 무죄→2심 징역8년

대전고법 전경./뉴스1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내연관계의 여직원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17일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0)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8월16일 세종에 있는 자신의 숙소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40대 여성 B씨를 4시간가량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집에서 병원까지는 불과 10분 거리였으나 A씨는 B씨를 차로 옮긴 후 한참 뒤 병원을 찾았고, B씨는 결국 숨졌다.

A씨는 “B씨와 내연관계가 아니며 따라서 구호의무도 없다”면서 “또 구호의무를 하지 않은 것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쓰러진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구호하지 않은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B씨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뇌출혈 증상은 개인차가 있으나 부검 결과 등 증거상 출혈량이 치명적이었고 그렇다면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완벽히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둘은 내연관계이거나 적어도 이에 준하는 신뢰할만한 개인적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A씨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후 119를 부르는 등 간단한 구호조치조차 실시하지 않고 내연관계가 들통날 것을 염려해 피해자를 승용차와 주차장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는 기저핵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데, 숙소에서 10분 거리의 응급실로 호송됐다며 목숨을 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파악된다”면서 “A씨에게 확정적 살해가 없었더라도 미필적 살해고의로 피해자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