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문화대혁명 이후 두번째 최악 성장률..."韓수출 어쩌나"
지난해 중국이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1.6%) 이후 두번째로 낮은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봉쇄 정책을 해제했으나 최근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경제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1~2개월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해 중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년대비 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되던 2020년(2.2%)을 제외하면 1976년(-1.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예상치(2.7%)와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2.9%)보다는 높았으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제시한 연간 목표치 5.5%와 비교하면 2.5%포인트 하회했다. 중국이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큰 폭으로 둔화한 것은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과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악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병원 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수가 5만9938명이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17일 "해당 수치는 중국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의 10% 수준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국의 생산이 위축되면 한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9월을 제외하고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수출 감소로 지난해 4분기 한국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점진적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완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코로나 환자 숫자가 늘어 중국 경제 상황이 단기적으로 생각보다 더 나빠졌고 이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더 많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소비 감소가 예상보다 컸고, 이태원 사태와 노동시장 문제 등이 겹쳐서 지난해 12월 (주요 경제) 지표가 조금 나쁘게 나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도 변수다. 중국은 지난 10일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단기방문이 어려워지면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한국기업들이 원활한 영업활동을 하기 어려워져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관건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 경제가 V자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증권일보와 펑파이 등 매체들은 중앙 정부가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목표로 '5.5% 안팎'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 효과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5.4%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SC도 5.8%를 전망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4.8%, 세계은행은 4.3%로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중국의 경제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4.8% 성장을 전망했다. 다보스포럼이 전세계 경제학자 50명을 인터뷰한 결과에서도 올해 중국 경기 전망은 반반으로 갈렸다. 중국이 저성장에 머물 것이란 응답이 42%, 성장세가 양호할 것이란 응답은 52%를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중국 경제가 일단 침체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위드 코로나 국면 진입과 통화완화, 재정확대, 소비부양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중국 경기의 반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위드 코로나 효과가 소멸된 이후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견인할 모멘텀이 아직 부족하다"며 "부동산 부실, 미중갈등으로 잠재해 있는 차이나 런 리스크 등은 중국 경제 회복의 장애물"이라고 했다.
중국 경기가 위드 코로나 정책 효과로 살아나더라도 한국 수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로 살아나는 부문은 소비 부문"이라며 "한국은 소비재 수출 비중이 낮아 수혜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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