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줄여야 환자 생존율 향상 … 심장·인공관절 '무수혈 수술' 확산

2023. 1. 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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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피 외부에서 공급 땐
면역거부·감염 위험 부작용
수술 전후 철분제 복용해
혈액 양 늘려 출혈 대비하고
흘러나온 피 모아 재활용도

우리나라에서 '수술=수혈'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수혈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안 하는 '무수혈(최소 수혈) 수술'을 시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수혈이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의료진과 정부가 나서서 수혈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물, 첨단장비 등 의학기술 발전이 무수혈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의료 발전으로 수혈을 최소화해도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혈은 부족한 피를 공급하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런데도 의료계에서 무수혈 수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혈에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면역거부반응이다. 체내 면역세포가 세균·바이러스처럼 타인의 혈액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면서 발열, 두드러기 같은 경미한 부작용 또는 급성 폐 손상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감염 위험이다. 멸균·검사 기술이 발전했지만 수혈로 인한 세균, B·C형 간염이나 신종 바이러스로부터 환자 안전을 완벽히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른 혈액형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드물지만 여전히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 의료기관에서 O형인 간암 환자에게 B형 혈액을 수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진이 전용 냉장고의 같은 칸에 보관된 두 혈액을 혼동한 것이다. 즉각 수혈을 중단했지만 자칫 면역거부반응으로 심각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

2011년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에 실린 논문을 보면 수술 환자 22만여 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수혈한 환자는 사망률 증가 100%, 합병증 위험 증가 80%로, 오히려 빈혈을 그대로 두고 수술할 때(각각 40%, 30%)보다 위험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부족한 혈액량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불필요하게 수혈을 남발하다가는 정작 필요한 환자에게 충분한 혈액이 가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노재휘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헌혈량이 전반적으로 줄면서 피를 구하지 못해 수술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수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강한 일반 성인은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가 7g/㎗ 미만이거나 몸 밖으로 빠진 피가 전체의 30% 이상(약 1.5ℓ)일 때를 제외하면 대개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 혈액이 일부 빠져나가도 체액이 혈관으로 넘어가 부피를 유지하거나, 적혈구의 산소 운반 능력이 강화되는 등 몸이 생존을 위해 변화하기 때문이다.

수혈을 줄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수술 전후 철분제나 조혈제를 사용해 혈액의 양과 질을 늘리면 출혈에 대비할 수 있다. 수술 중 불가피하게 나오는 혈액을 모아 재투여하는 '셀 세이버'도 심장, 인공관절, 골절 수술 등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내시경·복강경, 로봇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 최소침습(절개) 수술은 최소 절개→출혈량 감소→수혈 최소화로 이어진다. 주변 조직을 보존할 수 있어 환자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도 갖췄다. 물론 환자 나이, 기저 질환, 혈색소 수치, 적혈구 용적률, 심박출량 등에 따라 동일한 수술이라도 수혈을 해야 할 수 있다. 사고로 과다 출혈이 났거나 암, 심장, 뇌, 중증 폐질환과 같은 큰 외과 수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 환자의 관심이다. 무수혈 수술은 호주·미국 등에서 널리 쓰인다. 이들 나라에서 혈액 가격이 비싼 것도 한 이유다. 이들과 비교해 우리나라 수혈률은 아직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한 수혈 적정성 평가 결과 무릎 인공관절 수술 수혈률은 우리나라가 41%로 미국(8%), 영국(7.5%), 호주(14%)보다 훨씬 높았다.

[박정렬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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