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힘내야죠”…설 대목 맞은 대구농수산시장, 화재 피해 상인들 ‘희망영업’으로 재기 안간힘

백경열 기자 2023. 1. 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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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인 홍연근씨가 지난 16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농산 A동 임시 점포에서 판매 예정인 물건을 살피고 있다. 백경열 기자

“그래도 힘내야지 우야능교(어쩌겠어요).”

지난 16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A동 임시 경매장. 한 50대 상인이 자신의 키만큼 쌓인 물건 상자 사이를 오가며 이렇게 말했다.

거래처에서 주문한 배·감귤·사과·포도·단감 상자들을 소매점 단위로 분류해 놓은 창고이자 지게차가 분주하게 물건을 옮기고 경매까지 이뤄지는 이곳은 과거 주차장으로 쓰였던 공간이다. 도매시장의 임시 점포 밖으로 불에 그슬려 뼈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불에 탄 원래 시장 건물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대구농수산시장은 지난해 10월 큰불이 나면서 농산 A동 점포 152개 중 69개(45.4%)가 소실됐다. 피해 면적은 8000여㎡에 이른다.

일상 회복 후 첫 설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다. 대목을 맞은 상인들은 모처럼 활기를 띤 모습이었지만 임시 점포는 불편한 점이 많다. 화재 이후 몽골식 텐트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상인들은 지난달부터 대구시가 마련한 임시 점포 69곳으로 자리를 옮겨 당장 추위는 피할 수 있게 됐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농산 A동 임시 점포가 밀집한 주차장 공간에 지난 16일 판매를 앞둔 과일 상자 등이 쌓여 있다. 이곳은 창고와 경매장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하지만 차량 진입이 어렵고 물건 적재공간은 부족하다. 배수 등에도 문제가 있다.

27년차 장사꾼인 홍연근씨(64)는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임시 점포로) 차량 진입이 안 돼 고객들이 시장을 덜 찾는다”며 “매출이 예년 대비 3분의 2 수준”이라고 말했다.

12년째 과일 도매상을 운영하다 화재로 가게를 잃은 B씨는 “물건 보관 공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최근 비가 비렸는데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임시 경매장으로 쓰는 곳에 쌓아 둔 과일상자가 대부분 젖어 상인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번 화재로 약 1억8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대구시는 설 명절을 앞두고 농수산시장 거래가 2021년 대비 약 94%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재해구호기금 조건에 맞는 상인 52명에게는 200만원씩 지급됐다. 피해 성금으로 모인 3억2000만원도 유통 종사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농산 A동 임시 점포 건물 밖에서 지난 16일 직원들이 판매할 물건들을 수레에 실어 옮기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시는 안전진단을 마치고 이르면 다음 달쯤 불이 난 건물 철거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구조 보강 및 재건축 공사를 마치면 내년 9월쯤 다시 시장의 모습을 되찾을 전망이다.

윤정희 대구시 농산유통팀장은 “재건축 전이라도 비 피해 등 상인들의 불편한 점을 듣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당분간 영업 환경이 좋지 않겠지만 상인들이 기존 건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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