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사다리서 ‘계륵’된 청약통장…작년에만 48만명 해지
집값 안정기에는 ‘내집마련 사다리’로, 집값 폭등기에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어 ‘로또 청약’으로 불렸지만, 시장 침체로 청약 이점이 사라 진데다 시중 은행 적금보다 낮은 예금이자로 청약통장이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789만4228명으로, 전년 12월 말보다 47만7486명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10년 약 1009만명에서 2016년 20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로도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7월에 전달보다 1만8000여 명 감소한 뒤 6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통장 유형별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수가 2021년 12월 말 2677만2724명에서 지난해 12월 말 2638만1295명으로 39만1429명이 감소했다. 지역별로 같은 기간 서울 12만5090명, 인천 및 경기지역 10만875명, 5대 광역시 13만7129명, 기타지역 2만8335명씩 줄었다.
청약저축은 지난 전국에서 2만5748명 줄었고, 청약부금과 청약예금도 각각 8535명과 4931명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금리인상의 여파로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청약의 매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기에는 아파트 매매가격과 신규 아파트 분양가의 격차가 컸지만,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분양가가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54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8% 상승했다. HUG는 수치를 공표하기 직전 12개월간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사업장을 조사해 평균 분양가격을 집계한다.
다만 지난해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3.3㎡당 2977만원으로 전년 대비 9.6% 하락했다. 래미안 원베일리 등 서울 강남권의 대규모 분양 단지의 평균 분양가가 2021년 분양가에 반영된 영향이다.
정부는 1·3대책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제했다. 올해 분양 시장 침체에도 분양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시중은행 대비 낮은 예금금리도 청약통장 해지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 후반대에서 4%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작년 11월에는 6%까지 치솟았는데, 당시 청약통장 금리는 2.1%에 불과했다. 청약통장 금리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기존 1.8%이던 금리를 작년 11월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아울러 시장 침체로 자금난을 겪는 서민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순위 청약통장 감소 인원은 13만8803명으로 2순위 9만2719명 감소보다 많았다. 청약 지원에 있어 우선순위인 청약통장 해지 숫자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통장은 소비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인식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주변 집값이 급락해 분양가 매력이 없어지고 내 집 마련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청약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도 특별공급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대거 완화한 만큼, 당장은 청약을 통한 차익 실현 기대가 적더라도 청약통장은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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