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매끈해도 … 쥐나고 붓는다면 '하지정맥류' 의심해보세요

이병문 선임기자(leemoon@mk.co.kr) 2023. 1. 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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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이 혈액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하지정맥류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올해 60대 중반의 가정주부 김 모씨는 교사나 약사처럼 서서 일한 적이 없었지만, 3년 전 다리가 붓고 묵직하고 일부 다리 혈관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최근 들어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다리에 쥐가 자주 나고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varicose vein)와 함께 좌골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정맥류는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판매원, 교사, 약사가 주로 앓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들 못지않게 유전(부모 중에 정맥류를 앓고 있으면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이 27.1%)과 호르몬(여성과 남성 발병률이 3.87대1), 비만, 운동 부족 등의 원인으로 많이 발생한다. 경구피임약 복용, 생리 등으로 여성호르몬 불균형이 깨지면 정맥이 확장되고 판막 기능이 저하된다. 임신 중에는 비대해진 자궁이 정맥을 압박하면서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젊은 여성은 하이힐, 스키니진, 레깅스 등이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하지정맥류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19만7986명에서 2019년 31만3681명으로 5년간 58.4%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59.2%)이, 연령별로는 50·60대가 가장 많았다.

하지정맥류는 글자 그대로 하지(다리) 정맥에 혈관이 혹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는 뜻이다. 정맥은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우리 몸 곳곳으로 공급됐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는 통로로, 정맥 내부에는 혈액이 중력 작용에 의해 아래로 쏠리지 않고 항상 심장 쪽으로 올라가도록 해주는 판막(valve)이 존재한다. 판막은 사람마다 약간 다르지만 한쪽 다리마다 약 50개가 있다. 이들 판막이 망가지면 피가 심장으로 가지 못하고 아래로 역류해 정맥 압력이 높아져 다리가 붓거나 저리고, 혈관이 튀어나오게 된다.

다리 정맥은 크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심부정맥(deep vein), 피부 가까운 곳에 있는 표재정맥(superficial vein), 이 둘을 이어주는 관통정맥(perforating vein)으로 나뉜다. 혈액은 보통 표재정맥에서 관통정맥을 지나 심부정맥으로 흘러 심장으로 돌아간다. 하지정맥류는 표재정맥이 늘어나 지렁이나 라면 면발처럼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돌출돼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하지정맥류 증상은 종아리나 허벅지에서 혈관이 구불구불 튀어나오고, 다리가 무겁거나 저리고 쥐가 자주 나며, 부종과 함께 통증이 지속된다. 그러나 육안으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하지정맥류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통증을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모든 환자에게서 구불구불한 혈관이 보이지 않고 마치 거미줄처럼 실핏줄이 나타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계속 이상 감각이 느껴지는 등 환자마다 다양한 하지정맥류 증상을 호소한다"며 "처음에는 장딴지에서 시작해 점점 위쪽으로 올라가 사타구니까지 돌출정맥이 생길 수 있고, 오래 서 있는 경우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질환은 자연 치유가 되지 않아 방치하면 정맥 혈전성 피부염, 색소침착, 혈전, 피부 궤양 등 여러 합병증으로 악화되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원장은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하지정맥류를 5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모세혈관 확장증으로 0.1~1㎜ 굵기의 붉은 색감 혈관이 드러나는데, 마치 거미 다리 모양처럼 보여 '거미 양 정맥'으로 불린다.

2단계는 세정맥 확장증으로 냉면 면발 두께와 비슷한 1~2㎜ 굵기의 보랏빛 혈관이 보인다. 이 시기에는 꼬불꼬불한 혈관이 육안으로 확인되며, 초기 1~2단계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혈관경화요법 등 비수술적 치료와 철저한 생활습관 관리로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라면 면발 굵기의 3단계부터 하지정맥류 증상이 나타나고 다리 부종으로 다리 굵기에 차이가 나며, 통증을 비롯한 쥐내림과 저림이 심해진다. 우동 면발 굵기의 4단계와 손가락 굵기의 5단계가 되면 서서히 피부 착색, 정맥성 습진, 하지 궤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4~8㎜ 굵기의 푸른 혈관이 뭉친 상태가 되면 수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심 원장은 "정맥류는 방치하면 점점 악화되기 때문에 발견 즉시 치료하는 게 좋다"면서 "과거에는 입원한 뒤 전신마취로 수술하고 흉터도 심했으며 재발할 확률이 30~40%에 달해 의사들이 별로 치료를 권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해 합병증 없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치료(EVLT)는 0.5㎜를 절개해 치료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안전하다.

하지정맥류 진단은 환자가 서 있는 상태에서 주로 혈관 초음파 검사로 진단하며 병기(病期)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맥류가 의심되는 부위에 초음파를 갖다 대면 발병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일상생활의 사소한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만큼 다리 경련이나 통증, 저림, 부종, 저림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이 질환을 의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심 원장은 "평소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걷거나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등 다리 근육을 지속적으로 움직여주는 것을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김상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비만 관리, 다리를 꼬는 자세, 굽 높은 신발, 스키니진이나 레깅스처럼 너무 조이는 옷을 피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미한 증상이 있을 때는 하지정맥류 예방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거나 취침 시 발 아래에 베개 한 개 정도를 받쳐 다리를 올리고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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