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볼륨 키우더니 종종걸음 … 간만에 만난 부모님, 혹시?
설 명절 연휴가 다가왔다. 요즘 마음만 먹으면 부모님과 가족끼리 수시로 통화하고 만날 수 있어 설 명절의 기다림과 설렘이 예년만 못하지만, 그래도 설은 최대 명절이다. 올해 설 연휴는 4일이다. 이 기간 동안 부모님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낸다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부모님의 언행과 걸음걸이, 통증 부위 등을 살펴보며 질환이 없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치매는 본인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이 보다 빨리 증상을 알 수 있어 하루 이틀 같이 생활하면서 꼼꼼히 챙겨 볼 수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은 증상이 여러 번 나타나도 '나이를 먹어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병의원을 찾아가도 의사와 진료 시간이 2~3분 내외로 짧아 설명을 못하고 귀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70여 종류에 달하는 '치매'
치매 종류는 70여 가지에 달한다. 뇌졸중 후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지적능력이 저하되는 신경퇴행성 치매, 기타 뇌손상, 알코올 중독, 중추신경계 감염, 독성대사장애, 산소 결핍, 저혈당 등으로 발생하는 치매 등이 있다. 이 중 10%는 치료가 가능하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 적극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치매는 이 혈관성 치매다. 혈관 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등을 치료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단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의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 치매 악화를 느리게 할 수 있다. 신경퇴행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환시를 동반하는 루이소체 치매, 인지기능보다 성격과 행동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다. 이들 치매는 완치되지 않지만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조기 치료 시 3년 정도 증상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고, 시설 입소 시기도 2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부분 승인된 알츠하이머병 치매 원인 치료 약물도 초기나 치매 전단계에 효과 있는 약물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1~2인 가구 증가로 인해 부모와 자녀가 따로 사는 경우가 많아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이 초기 치매나 치매 전단계 상태라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한자리에서 모이게 되면 치매의 초기 증상 체크포인트 6가지를 주의 깊게 살펴 부모님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어머니의 음식 맛이 변했는지 보자. 치매가 진행되면 음식 만드는 방법 자체를 잊게 된다. 하지만 퇴행성 변화 초기에는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면서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음식 맛이 예전과 달라진다. 두 번째는 TV 볼륨이 커진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TV 소리에 대한 이해력이 낮아져 소리를 키우기도 한다.
세 번째는 낮잠이 많아진다. 낮잠이 많아지고 낮에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게 많이 보이는 초기 증상이다.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행동이 느려진다면 병적인 퇴행성 변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네 번째는 성격 변화다. 주요 증상은 기존과 달리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심이 많아진다. 이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주요 현상이다. 다섯 번째는 길눈이 어두워진다. 이는 시공간 기능 저하에 따른 것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나타난다. 여섯 번째는 기억력이 저하되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위의 6가지 증상이 보이면 치매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까지 이어지는 '난청'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대화를 꺼리게 되고, 이는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난청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난청이 발생하면 대화하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난청인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들어 되묻는 일이 많다. 특히 난청인은 고주파음 소리를 잘 못 듣는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은 "여성이나 어린이 목소리, 새소리와 같이 높은 주파수의 음을 듣기 어렵다면 난청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스, 즈, 츠, 트의 말소리도 고주파음에 속하므로, 이를 잘 분간하지 못하거나 못 알아듣는다면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 이외에도 혈관계의 변화, 유전인자, 스트레스, 소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유전적 인자와 소음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치료는 보청기 착용이다.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빨리 착용할수록 난청의 악화를 늦출 수 있고, 일상생활에 활력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김성근 원장은 "보청기는 단순히 주변 소리를 증폭하는 소리 증폭기와는 달리, 남아 있는 청력이 악화되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기능하는 의료기기"라면서 "보청기는 청력 전문가들로부터 나에게 맞게 조절받고 전문적인 관리를 받아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청각사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있는 보청기센터에서 보청기를 알아보고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60 남성 발명 많은 '전립선 질환'
50~6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질환이 바로 전립선 질환이다.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증이 가장 대표적인데, 평소와 달리 빈뇨, 지연뇨 등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전립선암과 비대증은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검진이 필수다. 아버지와 아들이 전립선 질환을 주제로 대화하기 힘들지만 "아버지, 요즘 화장실은 몇 번 가세요?"라고 물으면서 증상을 확인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 피로 등 자의적인 판단으로 전립선 질환을 방치하면 방광, 신장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전립선암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뇨에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과거에는 60~70대에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5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전립선암은 폐암, 위암 등 다른 암과 비교해 진행 속도가 느려 비교적 온순한 암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조기 발견만 한다면 생존율이 높고 완치까지 가능하다.
일교차 심할 때 더 주의할 '고혈압'
부모님이 머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으며, 얼굴에 열이 잘 오르고 목덜미와 어깨가 뻣뻣하고 아프다면 고혈압을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도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Hg, 이완기혈압 90㎜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며 "부모님의 고혈압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 및 검사를 통해 혈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급격히 체중 급감 때 의심되는 '당뇨병'
부모님이 갈증이 자주 난다면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자주 가시거나 최근 체중이 빠졌다면 당뇨(고혈당)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 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 질환, 관상동맥 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으며, 또 한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 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이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걸을 때도 통증 오는 '척추·관절 질환'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 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걸을 때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도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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