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절차 없이 시행된 공익사업…대법 “국가, 손해배상책임”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A씨가 서울 서초구를 상대로 낸 토지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배상청구 부분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파기환송 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69년 서울 서초구 땅을 사들인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자기 땅과 인접한 토지를 본인 소유로 착각해 나무를 심는 등 관리해 왔고, 2015년이 돼서야 본인이 사용하던 땅이 남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편 산림청과 서울시는 A씨가 착각해 방치한 자기 소유 땅과 그 인근에 사방사업(산사태 등 산림재해를 막기 위한 작업)을 계획했다. 이에 서초구는 A씨 주소로 사업 시행 알림 공문을 보냈지만 주소불명을 이유로 반송됐다.
서초구는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별도로 고시하는 절차 없이 사방사업을 진행했다. 뒤늦게 자신의 땅에 사방사업이 진행된 것을 알게된 A씨는 손실보상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주위적으로는 토지 인도를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방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전통지 절차를 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절차상 하자와 A씨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방사업법에 따라 손실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남은 이상 사방사업으로 토지 사용·수익이 제한되더라도 곧바로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토지를 원상 복구하고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A씨의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서초구는 주소 조회를 통한 추가 통지나 규정에 따른 공고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했다”면서 “A씨는 사업이 시행된 사실을 알지 못해 사방사업법이 정한 기간에 손실보상을 청구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사업을 위해 사인의 토지를 소유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아 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서 객관적 정당성이 없다”며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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