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 녹이지 않고 물리적 재생으로 식품용기 만든다...국내 1호 허가

식약처, 국내 재활용기업에 1호 인정서 발급
화학적 재활용보다 공정 단순, 비용 절감
페트 이어 PP·PE 물리적 재생 식품용기도 추진

서울의 한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 투명 페트병만 분리돼 있다. 뉴스1

폐페트(PET)병을 화학반응 없이 물리적으로 재생해 만든 식품용기가 곧 등장한다. 페트 이외에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도 같은 방식의 재활용이 추진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투명 폐페트병을 물리적으로 재생한 원료를 식품용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국내 1호 인정서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인정서를 받은 재활용기업은 해당 설비를 갖춘 에이치투다.

그동안 폐페트병은 가열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원료물질 등을 분해한 뒤 다시 정제·중합하는 과정을 거쳐 식품용기를 만들었다. 이 같은 화학적 재생은 원료물질을 다시 고분자(플라스틱) 상태로 돌려야 해 공정이 복잡하고 새 원료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반면 물리적 재생은 폐페트병을 분쇄·세척·건조해 중간 원료(플레이크)를 뽑아내고 용융·감압 등 정제공정을 거쳐 최종 원료를 만드는 것이다. 전 공정에서 플라스틱 형태가 유지돼 화학적 재생보다 공정이 단순하고 비용이 절감된다.

식품용 물리적 재생원료 안전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는 물리적 재생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2월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고시했고, 같은 해 8월 에이치투가 최초로 사용 신청을 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식품위생법'에 물리적 재생원료 근거를 신설한 뒤 식품용기에 대한 안전기준을 설정, 폐페트병 물리적 재생 식품용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환경부는 투명 폐페트병 수거·선별과 중간원료 생산 관련 시설 기준, 품질 관리 등을 검증했고 식약처는 현장 실사를 거쳐 투입 원료의 적합성, 재생원료 생산설비, 공정의 오염물질 제거 효율 등 안전성을 심사해 에이치투의 원료를 인정했다.

식약처는 식품용기로 폐페트병 재활용을 촉진하면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페트 이외에도 범위를 넓혀 올해 안에 PP, PE 물리적 재생 식품용기가 나올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