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보증금 마련 계약 도와 자립준비청년 주거 생활 지원
‘BC십시일방’ 10명 혜택받아 금융교육·직업체험 기회 제공
보증금을 내고 거주하다가 이주할 때 다시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거형태인 ‘전세’. 전세 보증금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권에 대출을 받게 마련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취약층의 금융 소외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사회공헌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BC카드는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보호가 종료돼 자립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주거·생활·정서 지원 활동을 하는 ‘BC십시일방’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BC십시일방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직접 주거지를 선택하면 BC카드와 주거지원플랫폼인 ‘십시일방’이 최종 검토를 마치고 계약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취약계층이 마련하기 어려운 목돈인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해줘서 자립을 돕자는 취지다.
이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십시일방의 이호영(사진·33) 대표는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을 고심하다가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다. ‘2022년 대한민국 인재상 대학생·일반인 부문’을 수상한 이 대표는 기존에도 ‘십시일밥’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어려운 대학원생들을 도왔다. 학생식당에서 다른 사람이 먹다 남은 식판을 가지고 가서 식사를 리필해 먹는 학우를 보며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식당에서 식판닦기, 청소하기 등 봉사활동을 하면 학교와 식당 측에서 일당에 해당하는 식권을 주고, 그 식권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도왔다. 처음 십시일밥으로 식권을 받은 학생은 39명이었지만 3년 여 간 활동을 계속한 결과 30개 대학에서 십시일밥 활동을 하는 봉사자만 5000여명으로 불어났고,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식권의 수도 10만 장에 달하게 됐다.
이 대표는 십시일밥의 성공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꿈꿨다. 매월 인당 5만 원 정도의 식권을 줄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인생이 획기적으로 변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 대표는 해법을 찾기 위해 유학에 나섰다. 해외에서 본 비영리단체 운영을 살펴보면서 그는 주거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한끼의 밥을 마련해주는 것보다 더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는 전세제도가 십시일방의 기본이 됐다. 전세 보증금은 한 끼 밥처럼 일회성 도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계약이나 보증금 반환 등의 형태로 자금이 계속 남아있게 된다. 취약계층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등 1금융권에서 목돈을 빌리기 어렵고, 이 때문에 보증금이 낮고 월세 비용이 큰 주거지로 내몰리게 된다.
이 대표는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으로 보증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을 고안하게 됐다. 보증금을 지원해줘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자기계발에 시간을 온전히 쏟을 수 있도록 지원하면 더 나은 삶을 영유할 수다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BC카드와 십시일방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3월부터 주거지 보증금 지원(보증금 1억 원·월세 6000만 원)을 받은 자립준비청년 10명은 더 나은 삶을 찾아가고 있다. 프로그램은 생활 지원뿐 아니라 금융교육, 직업체험, 생활기술 습득 등 자립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활동도 포함됐다. 정서 지원을 위한 심리지원 프로그램과 자취생활에서 필요한 요리를 습득하는 프로그램까지 세심하게 마련됐다. 그 결과 10명 가운데 6명이 취업·이직·진학 등의 새로운 기회를 잡았고, 4명은 대학생으로 미래의 꿈을 그리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BC카드와 같은 금융사와 협력해 취약계층 주거지를 100∼200곳씩 확보하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그 안에서 주거안정성을 찾을 수 있는 민간지원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 천 명의 사람들에 일시적 혜택을 주는 것 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더 깊게 변화시키는 것이 뿌듯할 것 같다”며 “나로 인해 100명 정도의 삶이 변화했다면 그보다 더 성공적인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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