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박항서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은 축구"

안경남 기자 2023. 1. 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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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협회의 외국인 위원장 선임엔 의문…"국내 감독도 역량 충분"
"이별 마음 아프지만, 살다보면 만남과 헤어짐 있다"

[서울=뉴시스]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 중인 박항서 감독. (캡처=안경남 기자)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준우승으로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5년 동행을 마친 박항서 감독이 국내 복귀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축구"라고 말해 향후 거취에 기대를 품게 했다.

박 감독은 17일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국내 복귀 가능성에 대해 "한국엔 나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특별히 내가 국내 현장에서 할 일은 없다"며 "5년간 한국을 떠나 있어서 현장감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이제 끝났으니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축구인 만큼 축구에 종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해외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 내가 행정가를 하겠느냐"며 "국내에서도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말해 행정가로서의 변화 가능성도 일축했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지원하는 일이라면 도움을 줄 생각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과연 누가 나를 불러줄 팀이 있겠느냐"면서도 "부족하지만 나를 불러준다면 생각해볼 것 같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뉴시스]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캡처=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 일문일답.

-베트남과 5년 동행을 마치는 소회.

"5년간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과 A대표팀 감독직을 맡다가 마지막 동행을 마쳤다. (미쓰비시컵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마지막 동행이라는 게, 이별해야 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살다 보면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베트남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저도 마음을 정리해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

-5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동행이 끝났다는 게 실감 나는지. 또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베트남에 이렇게 장기간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1년만 버티자고 한 게 5년까지 왔다. 생각보다 길었던 시간이었다. 매번 대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뒤돌아보면 부족한 면도 많았다. 지금도 제 방 옆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떠들고 있다. 후회없이 했지만, 선수, 코치, 스태프와 헤어진다는 게 아쉽게 마음이 아프다."

[서울=뉴시스]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 (캡처=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5년간 여러 좋은 기억이 많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선수들이다. 운동장에서 많이 혼도 냈지만 사랑방인 의무실에서 같이 뒹굴고 했던 그 순간이 앞으로도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국내 감독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향후 계획은.

"베트남과 한국에선 감독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베트남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내려놨는데 다른 현장 감독은 맡을 생각이 없다. 한국은 나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특별히 국내 현장에서 할 일은 없다고 판단한다. 5년간 한국을 떠나 있어서 현장감도 떨어진다.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 다른 일은 생각하지 못한다. 소속사 대표가 내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안을 가진 것 같다. 나도 그 부분을 생각해봐야 한다. 가족들과도 상의를 해봐야 한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할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분명한 건 제가 축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만큼 축구계에서 종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서 유소년을 지도할 계획은 없나.

"잘 모르겠다. 그 계획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는 학원 스포츠, 유스클럽 등이 많다. 기회가 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역량이 될지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건 아닌데, 지금 베트남에서는 한국보다 그런 부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에서 유소년 축구와 관련된 제안이 오고 있어 고민 중이다."

-외국에선 한국 지도자들 평가 좋은데, 국내에선 평가 절하되고 있다.

[김해공항=뉴시스]강종민 기자 = 60년 만에 동남아시아를 제패한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 14일 오전 김해공항에 입국, 기다리던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U-23 대표팀을 이끌고 온 박감독은 경남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2019.12.14. ppkjm@newsis.com

"내가 어떻게 성공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나. 베트남에선 '박항서는 한국 사람이다',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라고 기억되고 싶다.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고, 국가대표팀 맡을 수 있는 자질 있는 지도자가 있다. 감독을 선임하는 협회와 위원회가 보는 시작은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건 우리 지도자들도 언어 소통을 제외하면 감독으로서 역량은 충분하다. 단지 왜 협회에서 금전적인 부분은 차지하고, 국내 지도자가 감독을 맡으면 외국 감독만큼 지원해주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 부분만 해준다면 충분히 국내 지도자들도 대표팀을 맡을 역량이 된다."

"미디어는 비난과 조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협회가 감독이 소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협회가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고, 국내 감독들도 역량이 있다는 걸 봐줬으면 한다."

"저는 이번 신임 기술위원장을 뵙지 못했지만, 독일 분이라는 걸 안다. 거기에 의문이 하나 생겼다. 이 위원장이 과연 한국 지도자들 역량을 얼마나 알까. 거기에 어떤 서류나 데이터가 온다고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까. 위원장 선임부터가 외국 감독을 뽑기 위한 것이었나 해서 의아했다. 기술위원장이 외국분이 된 건 의외다."

-행정가의 길은 열어두고 있는지.

"해외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데 내가 행정가를 하겠나.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만큼 영어도 못 한다. 국내에선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나는 행정 능력도 없다. 그리고 나를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동남아에 한국인 사령탑이 늘었다. 맞대결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

[마닐라=AP/뉴시스]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SEA) 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우승하며 박항서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베트남은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물리치고 60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9.12.11.

"내가 조언할 입장은 못 된다.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는다면 능력을 검증받은 것이라 잘 할 것이다. 타국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다. 그 나라 문화를 존중하고,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나도 한국인이라는 책임감으로 자부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나보다 다 훌륭한 분들이니 잘 하리라 생각한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에 48개국이 참가한다. 베트남을 이끌고 본선에 나가고 싶진 않을지.

"그런 욕심은 없다. 처음 2년 계약이 끝났을 때 박수칠 때 떠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년 후에도 또 그랬다. 내 친구들도 그랬다. 4년에 추가로 1년을 연장할 때는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베트남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해 떠날 생각이었다. FIFA 랭킹 10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도 달성했다. 이제 다음은 후임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베트남과 동행이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대회 기간 선수들에게 마지막이란 표현을 결승 2차전 때 딱 한 번 섰다. 그 말을 쓰고 싶지 않았다. 매번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다짐했다. 교만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막상 대회가 끝나니까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도 들고, 화가 나기도 했다. 어느 부분은 내가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음 대회가 있었다면 그 생각을 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회가 없으니 편안해지기도 했다. 선수들과 다시 못 뛴다고 생각하니까 서운했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이 해준 말이 있는지.

【서울=뉴시스】뉴시스 김진아 기자가 21일 제193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sports feature 부문에서 박항서, '회심의 어퍼컷'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베트남과 이라크의 경기, 베트남 응우옌 콩 푸엉이 역전골을 넣자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고 있는 모습. 2019.02.21. photo@newsis.com

"끝나고 선수들과 라커룸에서 잠시 이야기했다. 서로 포옹하고 마무리했다."

-2026년 월드컵에서 다른 아시아팀을 맡아 도전할 생각이 있나.

"이번 카타르월드컵을 모두가 봤다. 경험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가 컸다. 카타르 대표팀을 보면서 그걸 느꼈다. 내가 부족하지만, 불러준다면 한번 생각해볼 것 같다. 그런데 불러주는 팀이 있겠나."

-베트남과 한국 팬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

"먼저 조국인 한국 축구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베트남에 있는데도 많은 응원, 격려를 해주신 점 잘 안다. 나도 한국이라 자부심을 느낀다. 5년간 응원해주신 베트남 국민, 축구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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