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전시회 알바 성폭행한 60대 유명 화가 징역 3년

자신의 전시회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성 아르바이트 직원을 호텔로 불러내 성폭력을 저지른 유명 화가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전경. 연합뉴스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최지경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가 A(62)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에 처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의 전시회에서 일하는 여성 아르바이트생 B 씨(20대)를 자신이 묵는 호텔로 불러낸 뒤 성폭력을 저질렀다. 2020년 한 갤러리의 인턴으로 일했던 B 씨는 2021년 4월 A 씨의 전시회를 함께 준비하자는 제안을 받고 같은 해 5월 전시회 업무 보조를 맡았다. 그는 전시회 기간 중 A 씨가 마련한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가 “코로나로 술집에 갈 수 없으니 호텔에서 2차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 장소를 옮겼다.

호텔에서 B 씨와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던 A 씨는 “춤을 추자”며 그를 일으켜 세운 뒤 끌어안는 등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 당황한 B 씨의 몸이 얼어붙자 A 씨는 그의 옷을 벗긴 채 침대에 눕혀 강제로 성적 행위를 이어갔다. B 씨가 “키스는 싫다”며 눈물을 흘리는 등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드러냈는데도 A 씨는 아랑곳 않았다. B 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남자친구와 갤러리 직원 등에게 알린 뒤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 씨는 미술 전공자로서 갤러리의 정직원으로 채용되길 희망했던지라, 사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A 씨의 요구에 적극적인 거부의 행동을 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반면 A 씨는 묵시적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체 접촉 과정 중에 일어난 완력 행사는 자연스러운 것으로서 강간이나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B 씨의 진술이 합리적이고 일관된 반면 A 씨에 대해서는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35살 차이며, 업무 관계로 만난지도 며칠 되지 않았다. 피고인도 인정했듯 피해자가 이성적 호감을 표시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다”며 “사회적 지위 및 직장 내 관계를 고려하면 피고인의 성적 접촉에 대해 피해자가 울면서 싫다고 한 것을 두고 동의했다고 오인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초범인 점, 유형력의 정도가 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국내 유명 갤러리의 전속작가로 활동하며 서울·부산·뉴욕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어왔다. 일부 작품은 미술품 경매에서 1억 원이 넘는 고가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