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내연녀에게 적절한 구호 조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정재오)는 17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8월 16일 자신의 거주지인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은 내연 관계의 직원 B씨를 3시간 후에 밖으로 데리고 나온 뒤, 다시 4시간 넘게 차량에 태운 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A씨는 B씨를 뒤늦게 병원 응급실에 데려갔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씨가) 집 안에서 구토한 뒤 의식을 잃고 코를 골았다는 A씨 진술로 미뤄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상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을 못 했을 가능성이 있고, 구호 조처를 안 한 행위와 B씨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피고인이)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옮겼더라면 살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방치해 사망의 결과를 초래했다”며 “내연관계가 발각될 것이 두려워 은폐하려 하는 등 미필적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