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공금 사용 내역 투명하지 않아"… 정부, 은마 재건축추진위 수사의뢰

정영희 기자 2023. 1. 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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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재건축 상징인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반대집회에 공금을 사용하고 운영 전반에서 다수의 위법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는 지난달 합동점검반을 구성, 총 52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주민 공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하는 등 50여건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 조사 결과 총 52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수사의뢰(4건) 과태료 부과(16건) 시정명령(7건) 행정지도(25건) 등의 엄중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7일부터 16일까지 강남구청, 외부 전문가(변호사·회계사),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합동점검반을 구성했다. 합동점검반은 추진위와 입대의 GTX 설계변경 요구 집회의 비용 사용 적정성과 운영 전반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장기수선충담금(6건) ▲용역계약(13건) ▲예산회계(11건) ▲추진위·입대의 행정(18건) ▲정보공개(1건) 건에서 부적격 사례가 발견됐다고 국토부 등은 밝혔다. 추진위 등은 공금 사용을 위해 입주자 동의를 거친 뒤 잡수익에서 지출하면 된다는 관리규약을 근거로 지난해 GTX 집회에 사용된 9700만원을 충당했다.

당시 입주자 과반수가 찬성했다는 서면동의 결과를 공고했으나 세대별 서면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가 없어, 실제로 입주민이 동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국토부는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에게 지급한 참가비의 경우 집회 당일에 참가했다는 입증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강남구청은 증빙서류를 보관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수사의뢰를 할 계획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장부와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추진위는 운영비 등을 GTX 집회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운영규정에 따라 주민총회를 통해 사전에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추진위는 예산안 의결 없이 임의로 운영비 등을 집행한 후 예산안을 사후 추인했다. 이러한 집행 절차상 하자에 대해서는 총회 사전의결을 거쳐 확정된 예산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도록 하는 행정지도 조치가 이뤄졌다.

아울러 국토부는 예산안 사후추인은 토지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중요한 사항임에도 처벌규정이 없는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문제가 있는 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조합이 예산안 총회 사후추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추진위·입대 운영 전반에도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추진위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 대행을 의뢰한 경우 추진위 업무대행에 한정해 용역 계약이 가능함에도 조합 업무대행까지 포함해 입찰공고하는 한편, 업체와의 계약은 공고와 다르게 추진위 업무대행에 해당하는 부분만 체결하는 등 일반경쟁입찰이 원칙인 도시정비법을 위반했다.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 정비사업 관련 정보를 법정기한인 15일 내에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월간 자금 입출금 내역, 주민총회 의사록 등 추진위원회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등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55건 적발돼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업무추진비를 야간·주말 등 근무시간 외 사용했으나 업무 연관성에 관한 증빙이 없고, 업무추진 전반에 대한 내부감사 보고서가 없어 감사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 등 운영이 다소 불투명했던 점도 지적됐다.

입대 역시 공용부분의 보수교체공사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지출해야 함에도 수선유지비, 승강기유지비 등으로 지출하는 등 회계 부적격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도 하자가 발견됐다. 수의계약을 통한 사업자 선정 시 계약 전 필수 과정인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 없이 계약을 체결했음이 드러나 강남구청에서 과태료 부과와 행정지도를 할 예정이다.

시설교체·유지·하자보수 등을 한 뒤 유지관리이력을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동별대표 후보자의 범죄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등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전반에 대한 부적정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번 합동점검을 통해 적발한 위법사항에 대한 엄중조치는 물론 추진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비 예산안을 주민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도록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벌칙규정도 마련하는 등 불법·편법을 방지하고, 전체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시정비법 개정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마 아파트 추진위와 입대의 전반적인 관리부실과 다수의 위법사항이 발견된 만큼, 앞으로 투명성 제고를 위해 운영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관리소홀이나 부적정한 사항 등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GTX-C 노선과 관련해 지반과 노선 등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주민을 선동하는데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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