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하마평'에 숨은 전경련의 자화상
신뢰 잃은 전경련의 현주소
회장직 마다하는 기업 수장들
말 많은 이웅열 후보 거론 이유
전경련 신뢰 회복 가능할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최근 전경련 회장직 사임을 표했다. 2011년 취임한 이후 12년 만(5연임)이다. 차기 전경련 회장 물망에는 여러 대기업 총수가 거론된다. 그중 유일하게 현직 경영인이 아닌 이가 이름을 올렸는데, 다름 아닌 이웅열(67) 전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코오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일부에선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사퇴 후 '상속세 탈세'와 '인보사 사태'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략적 퇴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상속세 탈세건은 이 전 회장이 선대 회장에게 차명주식을 상속받고 신고하지 않아 상속세를 축소했다는 의혹이다. 인보사 사태는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의 시판 허가 과정에서 다양한 조작이 있었고, 이 전 회장이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이다.
이 전 회장은 두 사건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상속세 탈세 건은 지난해 12월 '차명주식은 애초에 내 소유였다'는 이 전 회장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벌금 3억원 처분으로 끝났다. 하지만 차명주식을 소유했던 것 자체만으로도 분명한 흠이다.
인보사 사태 관련 재판은 진행 중이다. 2021년 2월 이 사건에 연루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이 전 회장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시장의 신뢰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전경련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데다 현직 경영인도 아닌 이 전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그만큼 전경련 수장을 맡겠다는 이가 없다는 방증일 수 있다. 당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거론됐지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 측은 "전前 회장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사실상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소유'인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기업들이 후원금을 내도록 모금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후 4대 그룹(삼성·LG·SK·현대차)이 전경련을 탈퇴했고, 정부의 경제인 초청 행사 등에서는 배제됐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허 회장은 제외됐다.
허 회장이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선언했지만,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최근엔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합병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뢰 회복에 나서려는 전경련에 도움이 되는 하마평일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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