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GTX 반대집회에 공금 1억…국토부 '증빙 미비'로 수사의뢰(종합)
은마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 대상 4건 수사의뢰
9천700만원 중 문제된 건 400만원…운영비 집행한 뒤 '사후 추인'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입주자대표회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다.
제대로 된 증빙서류 없이 공금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반대 집회에 썼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당초 핵심 쟁점이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GTX 반대집회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합동점검 결과 부적격 사례 52건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중 4건은 수사 의뢰하고 1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GTX-C 노선 갈등에서 촉발됐다.
재건축추진위는 은마아파트 지하를 GTX 노선이 지나가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가 집회 현장으로 가는 버스를 대절하고 참가자에게 비용을 지급할 때 장기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입주자대표회의는 잡수입에서 2021년 진행한 GTX 반대집회 비용 9천700만원을 지출했다. '안전 대응 및 조치 비용'은 입주자 동의를 거쳐 잡수입에서 쓸 수 있다는 관리 규약에 따른 것이었다. 주민들에게는 잡수입 사용과 관련한 서면 동의 결과(과반수 찬성)를 공고했다.
그러나 세대별 서면 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가 없었다.
은마아파트 2021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GTX 반대집회에 쓴 9천700만원 중 6천860만원을 집회 참가 비용으로 지급했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400만원이다. 집회 참가비를 받은 참가자가 실제 집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서명 등으로 인증한 입증 자료가 없었다. 당초 의혹보다 미미한 수준의 위반만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강남구청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추진위가 임의로 운영비를 GTX 집회 비용으로 집행한 뒤 예산안을 사후 추인한 점도 확인됐다. 운영비를 사용하려면 주민 총회를 통해 사전에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국토부는 "예산안 사후 추인은 토지 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중요 사항임에도 처벌 규정이 없어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 점검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정부 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행정력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 과정에서 추진위가 월간 자금 입출금 내역, 주민총회 의사록 등 추진위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55건 적발됐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 정비 사업 정보를 법정기한인 15일 이내에 공개하게 돼 있다.
업무추진비를 야간·주말 등 근무시간 외에 사용한 경우에는 업무 연관성을 증빙해야 하지만 증빙 서류가 없었고 업무추진 전반에 대한 내부 감사보고서가 없어 감사가 실제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지출해야 하는 공용 시설 보수·교체공사 비용을 수선유지비, 승강기 유지비에서 지출하는 등 회계를 부적격하게 처리한 13건도 적발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부적격 사례가 11건 적발됐다.
시설교체·유지·하자보수를 했을 때는 유지관리 이력을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데 관련 의무 위반도 확인됐다.
동대표 후보자의 범죄 경력 확인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전반에서의 부적정 사례는 9건 적발됐다.
국토부는 은마아파트에서 전반적인 관리부실과 위법 사항이 여러 건 발견된 만큼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 운영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 소홀이나 부적정한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GTX-C 노선과 지반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주민을 선동하는 데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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