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대 규모 강제 집행...스카이72, 바다코스 54홀 인계 일단락

인천=배동주 기자 2023. 1. 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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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임차인과 충돌 격화 조기 종료
법원, 경찰·용역·노무자 1000여명 동원...집행 비용 10억원 추산
소화기 분사에 물대포…고성·욕설까지
하늘코스(18홀), 클럽하우스 강제 집행 중단

“이대로 실내 진입하면 여럿 실려 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쯤 하시죠.”(인천지방법원 집행 사무관)

인천지방법원이 17일 골프장 ‘스카이72골프클럽’(이하 스카이72GC)에 대해 진행한 건물·토지 강제 집행이 바다코스(54홀) 인계로 일단락됐다. 당초 하늘코스를 포함한 72홀 전체와 클럽하우스까지 인천공항공사로의 인계를 예정했지만, 임차인들과 충돌을 빚으며 조기 종료됐다.

이번 강제 집행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강제집행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원이 경찰과 용역직원, 노무자 등 1000여명을 동원했고, 인천공항공사 토지 364만㎡(110만평)에 대해 진행한 강제 집행이었다. 비용으로만 10억원 이상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72골프클럽 진입을 시도하는 인천지방법원 강제 집행 담당관과 임차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인천지방법원이 강제 집행에 나선 이날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GC는 입구부터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오전 8시 법원이 강제 집행에 동원한 용역 600여명과 골프장에서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임차인과 소속 직원, 이들이 동원한 용역 500여명이 진입과 차단을 놓고 대치했다.

인천지방법원 집행관이 “채무자 법인(스카이72)은 마땅히 점유를 원고(인천공항공사)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밝히자, 복면을 쓴 스카이72GC 임차인들은 “10년을 여기서 일했는데 어떻게 물러나냐. 강제집행을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강제 집행을 막기 위한 소화기 살포까지 이뤄졌다.

이번 강제 집행은 지난 12월 1일 골프장 부지를 인천공항공사에 반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스카이72GC는 인천공항공사가 소유한 부지다. 그런데도 골프장 운영사인 스카이72는 2020년 12월까지였던 이용 계약 종료에도, 이른바 ‘버티기 영업’을 지속해 왔다.

스카이72는 “‘새 활주로(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까지가 계약이었고, 활주로 건설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계속 영업했다.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부지 반환 소송에 나섰고, 1·2심에 이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도 승소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인천공항공사는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2월 15일 스카이72에 지난달 29일까지 자진 퇴거하라고 계고했다. 인천지방법원은 계고 기간 종료 19일 만에 강제 집행에 나섰다. 인천지방법원 집행관은 “여러 차례 부지 반환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천지방법원이 강제 집행에 동원한 용역과 스카이72골프클럽 임차인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배동주 기자

다만 이날 반발은 운영사인 스카이72가 아닌 임차인들로부터 이뤄졌다. 식당, 골프용품 판매점, 코스관리 업체 등 골프장 임차인과 외주업체 50여곳이 만든 ‘인천국제공항공사 피해 소상공인 협의회’로 이들은 “법원의 판단은 시설에 국한됐고, 우리를 내쫓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스카이72가 무단 점유하고 있는 부지를 인천공항공사로 인계할 예정으로 식당 등에 대한 집행은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임차인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스카이72GC의 한 식당 직원은 “골프장이 운영되지 않는 동안 우리는 뭘 먹고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존을 내세운 임차인들의 반발은 강제 집행 내내 거세게 이뤄졌다. 오전 9시 30분 인천지방법원 집행관과 용역 직원들은 두 번째 진입 시도 끝에 골프장 안으로 들어섰지만, 소화기 분사가 계속됐다. 또 입구를 막아선 트랙터와 차량 사이로 물대포도 함께 분사됐다.

골프장 입구를 지난 인천지방법원 집행관은 클럽하우스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임차인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에 막혀 진입도 하지 못했다. 녹색 조끼를 입은 법원 집행관 측 인력 600여명과 이에 맞서는 검은색 패딩 차림의 용역업체 직원 500여명은 고성과 폭언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후 클럽하우스에서 물러난 인천지방법원 집행관은 골프 코스를 돌아 임차인 및 용역업체와 거리를 둔 채로 “스카이72 바다코스 일대에 대해 점유를 채권자(인천공항공사) 측에 인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다코스(오션·레이크·클래식) 54홀에 대한 집행 완료를 선언했다.

인천지방법원 강제 집행 관계자들이 명도집행표식을 설치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하지만 대치는 이어졌다. 바다코스 54홀에 홀마다 박히는 명도집행표식을 막기 위한 임차인과 용역업체의 반발로 골프코스 곳곳에서 몸싸움이 일었다. 임차인 측은 “강제집행을 끝낼 수 없다”며 집행관을 가로막았고, 일부 직원들은 상처를 입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번 강제 집행에도 스카이72의 운영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이날 강제 집행 부지 반환이 골프장 일부 코스에 한정돼서다. 스카이72는 바다코스와 하늘코스 각각에 54홀, 18홀 등 총 72홀을 갖췄는데 이날 강제 집행은 바다코스 54홀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아울러 클럽하우스, 연습장에 대한 강제 집행도 진행하지 못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실내인 탓에 진입이 어려운 클럽하우스는 빼더라도, 하늘코스 집행이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법원이 거절했다. 법원은 “충돌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더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피해 소상공인 협의회가 진행하는 소송도 넘어야 할 관문으로 통한다. 스카이72GC 운영사로 KMH신라레저(현 KX그룹)가 선정됐지만, 협의회는 “임차인들은 여전히 세입자로 계속 영업할 수 권리가 있다”면서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제3자 점유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인천지방법원의 강제 집행 반대에 쓰였던 소화기가 골프코스에 버려져 있다. /배동주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피해 소상공인 협의회 법률대리인인 이성희 법무법인 천고 변호사는 “골프장 소유권이 공항공사로 넘어갔지만 세입자도 승계할 권리가 있다”며 “신규 사업자는 고용 승계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업자나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현장에는 스카이72GC 운영 후속 사업자인 KX그룹 측 인원 30여명도 자리했다. 또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석해 스카이72 골프장의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보수단체 회원 8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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