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예정지에 지은 국내 매출 1위 골프장…결국 파국으로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17일 법원의 강제집행과 이를 막으려는 골프장 측 사이에 최악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스카이72' 골프장의 역사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영종도에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항공기 수요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활주로를 늘리는 계획을 세웠고 활주로 예정지에 대규모 골프장을 유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2년 민간투자업체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와 골프장 운영 실시협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계약 종료 시점을 인천공항 제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까지로 정했다.
스카이72는 이후 골프코스·클럽하우스 건설을 거쳐 2005년부터 인천공항 인근 신불도의 18홀(하늘코스)과 삼목도 54홀(바다코스)을 합쳐 총 72홀 규모의 골프장 영업을 해왔다.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인천대교를 통해 서울 등 수도권 접근성이 우수한 스카이72는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2021년 매출액 923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최대 매출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5활주로 건설 시기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문제가 벌어졌다.
2002년 실시협약 당시 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계약 종료 시점을 '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다.
이를 놓고 공사 공사 측은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스카이72에 퇴거를 요구하고 잔디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 일체를 인계하라고 통보했으나, 스카이72는 계약 만료가 '5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주장해 왔다.
인천공항공사는 당장 5활주로 건설을 추진하지는 않지만, 기존 사업자와는 계약이 만료된 것으로 보고 골프장 신규 사업자 선정 방침 아래 2020년 10월 'KMH신라레저 컨소시엄'과 계약을 체결했다.
후속 사업자가 정해지자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공항공사는 스카이72를 상대로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 골프장에 들어가는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
스카이72 측은 자신들이 골프장 부지를 임차하는 동안 시설에 투자한 비용(유익비)을 돌려받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인천공항공사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양측의 당초 협약에 따라 스카이72의 토지 사용기간이 종료됐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는 취지였다.
스카이72 측의 유익비 청구는 "인정하는 경우 원래 투자 비용보다 훨씬 큰 비용을 회수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런 2심까지의 판단을 모두 수긍하고 인천공항의 승소를 확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스카이72는 골프장 부지를 인천공항공사에 넘겨주지 않았다.
스카이72는 후속 운영사 선정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골프장 부지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최근까지 이용객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았다.
결국 인천지법은 지난해 12월 29일까지 골프장 부지를 인천공항공사에 반환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하고 비용은 스카이72 측에 청구하겠다고 예고한 뒤 이날 강제집행에 나섰다.
인천시는 스카이72 골프장 기존 운영자에 대한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행정기본법상 '사정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 체육시설업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놓은 만큼 오늘 강제집행 결과를 인천공항공사에 공식 확인한 뒤 등록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시민단체들은 스카이72 골프장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일단락됨에 따라 운영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캐디를 비롯해 골프장 노동자 1천여 명에 대한 고용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인천공항공사가 후속 사업자 입찰 당시 받은 고용안정 이행 확약서는 선언적인 것일 뿐 구체적인 고용승계 방안이 없다"며 대량 실직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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