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주지, 성추문으로 절에서 쫓겨났다

조현 2023. 1. 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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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임시회의 열어 산문출송 결의
조계종 차원 조사·징계도 이뤄질 듯
해인사에서 산문출송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조계종의 대표적인 고찰로 손꼽히는 경남 합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성 추문에 휘말려 산문출송됐다. 산문출송(山門黜送)은 승려가 살인이나 음행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절에서 쫓아내는 전통 승가의 체벌 방식이다. 그러나 산문출송은 종단 공식 징계가 아니어서 사태의 진위에 따라 종단 호법부 차원의 조사와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인총림 해인사는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현응 스님을 산문출송하기로 결의하고, 현응 스님에 이은 차기 주지로 유나(선원의 주요 소임자) 원타 스님을 총무원에 추천하기로 했다.

현응 스님은 여성과 관련한 추문이 불거지자 임기를 8개월 앞두고 주지직을 사임했다.

앞서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응 스님이 최근 모 비구니 스님과 속복 착용으로 여법하지 못한 장소에서 노출되는 등 문제가 확산되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종단은 관련 사건을 즉각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와 함께 “2018년 5월1일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당시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성추행과 유흥업소 출입 의혹을 제기했고, 현응 스님은 이에 ‘사실이라면 승복을 벗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미투’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소송이 진행되는 중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응 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당시 개혁 세력의 ‘두뇌’로 불렸던 주역 중 한명이었던데다, 해인사 주지를 거쳐 2009년부터 조계종 승려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원장을 10년간 맡았고, 2019년 8월부터 다시 해인사 주지를 맡은 조계종의 주요 인사여서 이번 사태로 인한 불교계의 충격이 적지 않다.

특히 해인사에서는 법전 스님이 종정을 할 당시 예경실장과 해인사 주지를 거쳤던 선각 스님 쪽과 현응 스님 쪽이 대립을 벌여오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응 스님 반대파인 비대위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사회적으로 (이미) 문제가 제기된 현응 스님을 해인사 주지로 추천한 방장 원각 스님이 현응 스님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며 책임을 해인총림의 최고 어른인 방장 스님에게까지 돌렸다. 비대위는 또한 “방장 스님은 일방적인 원타 스님 주지 추천을 철회하고 대중의 공의를 모아서 주지를 추천하라”고 촉구했다. 현응 스님을 추천한 방장 스님이 추천한 원타 스님이 주지직을 승계하는 것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자 해인사는 16일 현응 스님을 산문출송하면서 비대위 공동대표인 성공 스님도 함께 산문출송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해인사는 15일 산중총회를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어 “일부 스님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모임을 만들고 해인총림과 방장 스님에 대해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비난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며 비대위의 즉각 해산을 촉구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이에 응하지 않고, 지난 16일 임시회의가 열린 경내 관음전으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해인사 종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물리적 충돌로 한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이번 해인사 사태와 관련해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어 “조계종 총무원장은 해인사 현응 주지를 비롯한 사태 관련자를 엄중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교단자정센터는 “2018년 <피디수첩> 보도에 이은 이번 성 추문은 한국 불교를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지난 수십년간 종단 고위층의 성 추문과 ‘은처’(처를 숨겨놓음) 문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단 한번도 명확한 조치나 처벌을 하지 않았던 조계 종단의 업보가 이번 해인사 문제로 폭발했다”고 비판했다.

교단자정센터는 이어 “해인사 사태를 수습해야 할 해인사 중진들이 동안거 기간에 해외 골프장에서 상주하다시피 했다고 한다”며 “추문의 당사자인 현응 스님은 대리인을 내세워 차기 주지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전 총무원장을 비롯해 해인사 전 주지 선각 스님 등은 이번 사태를 빌미로 해인사를 장악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인사를 넘어 한국 불교 전체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교단자정센터는 “현응 스님의 주지직 사퇴로 종결될 일이 아니므로 총무원 호법부는 현응 주지의 혐의에 대한 조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동안거 기간 중 해외 골프장에 상주해온 해인사 중진들도 의법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현응 스님 추문과 관련해 “아직까지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정황이 나타나지 않은 만큼 호법부에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겨레>는 현응 스님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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