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 법정최고이자율 그대로 유지된다···“당분간 인상논의 없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준비했던 법정최고이자율 인상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최고이자율은 연 20%인데 이를 높이거나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으로 바꾸려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도 반대하고 대통령실도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는 법정최고이자율 인상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달에 있을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정최고이자율을 높여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는 있다”면서도 “시행령 개정 사항이지만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데 정치권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서 당장 가시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은 대부업자의 이자율 상한을 연 27.9%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다. 대부업법 시행령이 정하는 법정최고이자율은 2018년 2월에 연 24%로, 2021년 7월에 20%로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법정최고이자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졌다. 대부업, 캐피탈 등의 조달비용이 치솟았지만 대출 이자는 연 20%를 넘지 못하게 하면서 업체들은 역마진을 우려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였다. 업계에서는 대부업 이자 상한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제기됐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금융 취약계층이 제도권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서민금융 접근성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해외의 법정최고금리 결정 체계를 검토하는 한편 국회 등에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저금리 때 많은 수익을 올렸던 대부업체 등이 시중금리가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박이 많았다고 한다. 여야는 오히려 법정최고이자율 상한을 연 20%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국회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법정최고이자율을 높이는 데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부업체의 조달비용이 낮아진 것도 법정최고이자율 인상 명분을 약화시켰다. 대부업체는 필요자금의 절반 이상을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나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차입하는데 여전채와 저축은행 금리가 모두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법정최고이자율 인상을 말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 최고이자율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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