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국 모두서 지도자·행정가 안 할것” 베트남과의 동행 마친 박항서 감독, 어떤 길을 걸을까
화면을 통해 비친 박항서 감독의 얼굴은 평온했다. 베트남과 5년여의 길었던 동행을 마무리한 그는 베트남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제 베트남 감독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선 박 감독의 거취가 축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국내 취재진과 비대면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제 마지막 동행을 마쳤다. (미쓰비시컵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별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살다 보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전날 열린 태국과의 2022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0-1로 패해 1~2차전 합산 스코어 2-3으로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이 대회를 끝으로 물러나는 박 감독을 위해 베트남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2017년 10월 박 감독 부임 후 5년여의 긴 시간 동안 큰 발전을 이뤘다. 10년 만의 미쓰비시컵 우승(2018년), 베트남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2018년),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우승(2019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2021년) 등 많은 업적을 만들어냈다. 박 감독이 부임 당시 약속했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 내 진입(96위)도 달성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한국의 4강 신화에 힘을 보탰지만 이후 국내에서 감독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던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쓰며 화려한 꽃을 피웠다.
박 감독은 “이렇게 오랫동안 베트남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1년만 버티자고 한 게 어느덧 5년까지 왔다. 생각보다 더 긴 세월이었다”며 “매 대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돌아보면 부족한 면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선수, 코치, 스태프들과 헤어진다는 점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선수들이다. 운동장에서 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같이 뒹굴고 했던 그 순간들이 앞으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베트남과의 동행이 끝나면서 이제 박 감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박 감독은 축구계에서 떠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이에 다른 국가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가거나 한국으로 돌아와 행정가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유소년 선수 육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들도 나왔다.
박 감독은 유소년 육성에 관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단, 한국이 아닌 베트남 한정이었다. 그는 “한국에는 학원 스포츠와 유소년 아카데미가 많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역량이 될지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건 아닌데, 지금 베트남은 한국보다 그런 부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유소년 축구와 관련된 제안들이 오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도자와 행정가의 길에 대해서는 베트남과 한국, 양쪽 모두에서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감독은 “이미 베트남과 한국에서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다른 현장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고, 한국은 나보다 훌륭한 후배들과 동료들이 많은데다 5년을 떠나 있었기에 (K리그에 대한) 현장감도 떨어진다”고 했다. 행정가의 길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데 내가 외국에서 행정가를 할 수 있겠나. 국내에서도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같은 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난 행정 능력도 없다. 날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나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베트남과 한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 대표팀에서의 감독직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마침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국이 48개팀으로 늘어나면서 아시아에 할당된 본선 티켓도 크게 늘어났다. 박 감독은 “월드컵을 경험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개최국 카타르가 잘 보여줬다”며 “내가 부족하지만, 그런 팀에서 불러준다면 한 번 생각해볼 것 같다. 그런데 날 불러줄 팀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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