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청하면 열흘 걸려요” 구청마다 여권 발급으로 인산인해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초구청 여권민원실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여권 접수 대기인원 56명’이라는 글씨가 떴다. 서초구 주민 70대 A씨는 안내원의 “1시간 넘게 기다리셔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A씨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모르고 너무 늦게 온 것 같다”며 “1시간을 기다릴 순 없으니, 다음에는 구청 여는 시간에 맞춰 와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초구청 민원실은 여권을 신규·재발급 신청하거나 수령하러 온 사람들 40여명으로 가득 찼다. 대기 좌석이 부족해 구청 직원들이 간이 의자 10여개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직원들이 밥도 교대로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갈 정도”라며 “오전 9시에 문을 여는데 여권을 발급 받으려는 분들이 8시 10분부터 대기표를 뽑으러 온다”고 했다. 구청 관계자는 “다수가 민원실에 몰리지 않도록 순번이 오면 ‘알림톡’을 보내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도 11시 쯤 되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라고 했다.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고 방학을 맞아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권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구청마다 몰리고 있다.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여권 신청 건수는 한 달 간 1만169건으로, 전년 동기(1914건) 대비 약 5배 늘었다. 종로구도 2021년 12월 817건에 불과하던 여권신청 건수가 지난해 12월에는 4514건까지 폭증했다.
여권 신청자가 많아지다보니 발급이 지연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통상 신청 후 4~5일이면 발급이 되는데, 최근에는 열흘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서울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코로나 때 여권 관련 공무원 인력을 줄였는데, 갑자기 신청이 늘어 감당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본지가 둘러본 서울 시내 구청 여권과에는 ‘여권 발급량 증가로 발급 기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 한해 발급해주는 1년짜리 ‘긴급 여권’을 발급받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모(23)씨는 이달 24일 프랑스로 여행을 가기 위해 지난 10일 여권을 신청했으나, 5일이 지나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신청 당시 4~5일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16일에 문의하니 20일까지도 안 나올 수 있다고 전달받았다”며 “하는 수 없이 ‘긴급여권’을 발급받았다”고 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평시에는 하루에 1~2건 있던 ‘긴급여권’ 신청이 최근에는 하루에 10건이 넘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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