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發 '30조 추경론'…나랏돈 더 풀면 경제 살아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9년 연속 추경 편성'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경기 방어를 위해 결국은 추가 재정 투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개원 후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부·여당에 추경 편성을 촉구할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30조원 규모 '긴급 민생 계획'을 제안하면서 "결국 국회에서 예산을 편성해서 할 수 밖에 없다. 정부·여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추경 편성을 촉구할 계획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가 '전월세 임대차보증금 이자 지원' 등 추경 사업을 세부적으로 제시한 것이 헌법상 정부 권한인 예산 편성에 해당해 위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경 편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을 현재로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물론 경기 상황이 변할 수 있어서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 요건이 생기면 검토하겠지만 지난 정부처럼 추경을 손쉽게 생각하는 그런 정부도 아니고 제가 (부총리로) 있을 때에는 그런 추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은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며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한 것들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석에 따라 정부가 상반기 이후 경기 상황을 판단해 추경 편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 성장률이 낮게 나와 연간 성장률 전망치 1.6%마저 위태롭다고 판단할 경우 하반기에 추경 편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태풍과 같은 돌발 변수가 겹쳐 경제 충격이 커지면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추경론을 꺼내든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추경을 반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추경을 편성할 경우 2015년부터 '9년 연속 추경 편성'으로 기록된다.
추경은 규모·성격·시기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성장률을 소폭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추경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를 △2015년(추경 규모 11조6000억원) 0.4%포인트(p) △2016년(11조원) 0.3%p △2017년(11조원) 0.3%p △2018년(3조8000억원) 0.1%p △2019년(5조8000억원) 0.2%p △2020년(1~3차 추경 기준 59조2000억원, 1~4차 추경은 총 66조8000억원) 1.5%p 등으로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2차 추경(발언 당시 정부안 59조4000억원, 국회 통과 62조원)과 관련해 "0.2~0.3%p 성장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경 편성에 신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재정 투입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돈을 푸는 것은 쉬운 정책이지만 일회성이고 승수효과도 낮다"고 했다. 정부 지출의 승수효과는 재정을 투입한 수준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울러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는 등 재정건전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고 재정 추가 투입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신중한 결정'을 짐작하게 하는 요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려운 분들을 돕자는 차원이라면 정부가 선별적 지원에 나설 수 있겠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은 높은 물가 상승 압력, 재정건전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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