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온다는데 구리 가격은 상승세…왜?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되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비철금속 원자재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라고도 불리는 구리 가격은 지난 7월에 기록한 저점 대비 30%가량 올랐다. 구리는 산업부분에 쓰임새가 많아 많아 통상 구리 가격은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평가받는다.
16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산출하는 비철금속지수(LMEX)는 4261.6포인트로 지난 10월과 비교해 20% 넘게 올랐다. LMEX란 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알루미늄, 납, 아연, 주석, 니켈 등 6개 품목의 가격을 가중평균해 산출한 지수다.
특히, 구리 가격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9000달러를 넘어섰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16일 기준 톤 당 914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3월 1만달러 수준이었던 구리 가격은 같은 해 7월 700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의 상승세로 저점 대비 30%가량 오른 상태다.
구리는 실물 경제의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닥터 코퍼’라는 별칭이 붙은 광물이다. 구리는 건설, 전력,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광물이기 때문에 구리 가격의 상승은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로 여겨진다.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에서 1.7%로 낮춰잡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구리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으로 구리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비철금속의 최대 소비국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른 원자재와 달리 비철금속 수요 부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라며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재정정책 유입 기대감이 비철금속 수요 회복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중국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데, 이때문에 부동산 관련 비철금속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구리 수요의 경우 4분의 1이 건설 부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비철금속 가격 상승이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의 수요 견인 기대감 외에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 상황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춘절 이후에도 예상되는 최대 소비국 중국의 구리 재고 비축은 구리 가격에서 또 다른 강세 동력을 부각시킬 전망”이라며 “예상보다 빠른 중국 리오프닝 기대와 맞물린 달러 약세로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1만1000달러)를 겨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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