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가 돌고래 터전을 해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종영 2023. 1.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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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기후변화 특별기획|소는 억울하다
③ ‘녹녹 갈등’ 말고 ‘다종간 정의’
백두대간의 산양·제주도의 돌고래…기후대응의 피해자들
“인간-동물 구분 벗어나 생물다양성 중심 패러다임 필요”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은 제주도는 해상풍력발전소를 짓는 동시에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와 공존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기후위기 극복이 우선인가? 산양의 생명권이 우선인가?

기후변화와 자연보전이 충돌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우리가 대면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북 영양군에서는 에이더블유피(AWP)풍력발전단지가 논란이다. 건설 예정지는 멸종위기종 산양은 물론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이 서식하는 백두대간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18호기 발전기 예정지가 70m 이전하는 걸로 계획이 바뀌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이와 관련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부실∙거짓 작성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환경부는 지난달 14일 조사단을 꾸린 데 이어 오는 4월 현지 조사를 공언했다.

기후대응과 야생동물의 ‘충돌’

기후대응과 야생동물의 ‘충돌’은 제주도 대정 앞바다에서 건설되는 해상풍력단지를 둘러싸고도 발생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을 따라 회유하는데, 음파를 이용해 소통하고 지형지물을 인식한다. 이 때문에 지름 70~80m에 이르는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 소음은 이 종의 감각기관을 교란한다. 대정 해상풍력단지 사업은 2020년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됐지만, 2030년 탄소중립을 꿈꾸는 제주도는 해상풍력을 다수 설치해야 할 입장이다.

지난해 11월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 대응도 시급하고, 환경 보전도 시급하다. 이를 ‘녹녹 갈등’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대해, 17일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반대했다.

“녹녹갈등으로 보이는 것이 실상은 ‘성장∙이윤의 논리’와 ‘녹색가치’ 사이의 갈등인 경우가 많습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기후 파시즘’을 낳을 우려가 있죠.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낳은 지금의 문명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합니다.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속전속결을 강조하지만, 민주주의를 통한 사람들의 동의와 참여가 없다면 오히려 에너지 전환은 지연되고 성공할 수 없습니다.”

유엔 산하의 두 기구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과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2021년 낸 공동보고서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소실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육지와 해양의 생태계 손실과 파괴를 방지하고 복원하는 활동은 기후변화 완화 활동과 결합해 기후변화로 달라질 시대에 적응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 대응에도 적용돼야 할 ‘다종간 정의’

한발 더 나아가 환경정의, 기후정의 등 환경 분야에서 논의되는 ‘정의’를 인간이 아닌 비인간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기후대응의 준거점으로 삼도록 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기후정의란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계층별 책임이 다름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부담과 녹색성장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어 사회적∙경제적 및 세대 간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이 법에서 기후정의는 인간, 그중에서도 기후 취약계층을 보호하며 앞으로 짊어질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을 말한다. 최근 논의는 정의의 대상을 비인간으로 확장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이를 구현하자는 데 이르고 있다. 이른바, 인간과 동물 종을 가로지르는 ‘다종간 정의’(interspecies justice)인데, 기후변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자연의 권리’ 논의다. 자연이나 동물에게 ‘법인격’(legal person)을 주자는 것으로, 2017년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관련 법을 마련했다. 환가누이강의 권리를 인정한 환가누이강법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제주도가 이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세계 최초로 자연의 권리를 인정받는 뉴질랜드 환가누이강. 위키미디어 코먼스

생태법인은 남방큰돌고래에 법인인 삼성전자와 같은 ‘법인격’을 주자는 것이다. 남방큰돌고래는 대리인(법인 사무국)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는다. 만약 풍력발전소가 서식지를 훼손한다면, 남방큰돌고래는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환경단체 생태지평의 명호 소장은 기후위기를 다루는 해법을 결정할 때, 자연과 다른 종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철새의 이동 경로에 신공항이나 해상풍력단지를 대규모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처럼, 국내에서는 기후위기 해법을 강조하면서 생물다양성 손실을 정당화하는 과거 방식의 계획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악순환일 뿐입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에 맞선 변혁적 전환의 핵심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의 손실을 막는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생물다양성의 주류화에 기반을 둔 정의로운 전환이죠.”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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