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외교철부지”…민주당, ‘UAE의 적 이란’ 尹 발언 직격

박홍근 "외국만 나가면 사고연속"
박용진 "외교철부지 대통령 자인"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두고 “이분법적 외교 인식이 위험천만하다”며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두고 외교적으로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명예 아크부대원 모자를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을 찾은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협력국 이란이 졸지에 적국으로 바뀌었다. 참 위험천만한 발언”이라며 “작년은 한·이란 수교 60주년이었다. 1967년부터 운영 중인 주이란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적군’ 한 마디가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 균형 잡힌 외교가 필요한 국가다. 그런데 국제관계를 ‘적군 또는 아군’으로 접근하는 대통령의 이분법적 외교 인식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가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기 충분하다”며 “윤석열 리스크가 코리아 리스크의 핵심이 됐다. 대통령이 해외에만 나가면 국민들이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해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또다시 위험천만한 발언을 이어갔다. 외국만 나가면 사고연속”이라며 “거듭된 외교 결례와 실수도 당사자는 모두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다. 순식간에 대한민국 국격은 무너지고 안보는 불안해지고 있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할 줄 아는 건 전 정권 수사, 정치탄압밖에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소인배 정치로 내치를 망치고 철부지 외교로 외치도 망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에 스스로 외교철부지 대통령임을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자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발언에 대해 이란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두 주변국이자 우방인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최근 간섭 발언을 들여다보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당 발언에 대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 이런 면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전개를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