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국대 단골'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이유

2023. 1. 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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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최고의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경민은 지난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9년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핫 코너'를 지켜왔다. 하지만 오는 3월 도쿄에서 시작되는 WBC 대표팀 명단에서 허경민의 이름은 없었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지난 4일 WBC에 출전하게 될 30인 명단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허경민이 제외된 이유를 밝혔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던 허경민은 갑작스럽게 부상으로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줄곧 대표팀의 3루수로 출전해 왔던 허경민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창단 4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WBC 출전을 고사한 이유를 밝혔다. 허경민은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다. 고민이 많았다"며 "항상 좋지 않았던 허리와 등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허경민의 WBC 출전이 불발되면서 대표팀에 3루수는 최정(SSG)이 유일하다. 일단 이강철 감독은 김하성(샌디에이고)의 3루수 기용도 고려하고 있다. 김하성이 가장 베스트 옵션이지만, 상황에 따라 1루를 제외한 내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도 백업으로 뛸 수 있다.

사령탑은 '3루수가 최정밖에 없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하성이 3루를 볼 수 있다. 김하성이 3루로 이동하게 된다면, 오지환이 주전 유격수가 된다"며 "일단 에드먼보다는 김하성이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허경민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보다는 이로 인해 팀에 피해가 될 것을 우려해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는 "WBC는 국제대회 중 가장 큰 대회다. 스스로 몸 상태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없었다"며 "좋지 않은 상태로 WBC에 출전했다가 최고의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걱정보다는 팀에 대한 피해를 생각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3년 두산의 '주장' 역할을 맡게 된 허경민은 WBC 출전은 불발됐지만, 정규시즌 준비에 전념할 생각이다. 허리와 등의 문제는 시즌을 준비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 허경민은 "주장이라는 자리는 성적이 잘 나와야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잘하면서 팀도 잘할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시즌 창단 첫 9위에 머물렀던 두산은 오프시즌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4+2년 최대 152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양의지를 영입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선수단 내에서는 다시 반등하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력하다.

허경민은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9위는 처음이었다. 작년까지는 동생들에게 '잘할 수 있다'는 말을 했지만, 이제는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기보다는 보여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팬분들도 성장하는 두산보다는 이기는 두산을 보러 야구장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강하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주장' 허경민은 선수단에게 메시지를 전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고토 코치님, 조성환 코치님 등 내가 야구를 잘했을 때의 코치님들께서 다시 오셨다. 그동안 든든한 코치님들이 많았지만, 이분들은 내게 큰 힘이 됐던 존재"라며 "올해 코치님들의 힘을 받아, 기억이 남는 시즌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경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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