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단체 "전범 기업 봐주는 매국 외교 중단하라"

기사내용 요약
강제동원 관련 정부 해법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배상안' 거부
"日 피고 기업 책임 면책 방안…과거사 오명도 씻겨줄 것" 비판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열린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 비판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3.01.17.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 구상에 '매국·굴욕 외교'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역 6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역사를 지키는 광주 시민단체 일동은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은 일본 피고 기업의 책임을 완전히 면책시켜주는 동시에 한국 기업에만 책임을 물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단체는 "정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된 공개토론회를 열어 해결안을 공식화했다"며 "정부가 내놓은 구상은 사실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는 내용으로, 일제에 고통받아온 피해자를 위한 해법이 아니라 전적으로 일본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구상안은 (일본이 벌인)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와 역사 청산이 아니다"며 "수십 년 동안 힘겹게 싸워 쟁취한 강제동원 피해자의 명예와 권리를 반대로 청산하는 매국이자 망국 해법"이라고 규탄했다.

또 "정부의 이 같은 저자세 외교는 향후 대일 관계에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일본 전범기업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을 한국 기업이 해결한다면 한국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일본의 적반하장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더이상 일본에 과거사 청산과 사죄, 배상을 요구할 근거를 잃게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경술국치를 가져온 이완용을 비롯한 매국노들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정부의 결정은 '전범국' 일본이 가진 과거사에 대한 오명을 터는 기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군사대국화로 향하고 있는 일본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라고도 덧붙였다.

단체는 "정부가 진행 중인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짓밟는 행위로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당장 불의한 역사 뒤바꾸기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견에 참석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3) 할머니도 "(정부의 방식대로 마련된) 돈은 받지 않겠다"며 "반드시 일본의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강제징용과 관련한 정부 해법안을 밝혔다.

정부는 한·일 기업의 기부로 조성된 재원으로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갚는 방안인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배상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는 점에 따라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지역 60여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역사를 지키는 광주시민사회단체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책을 비판하고 있다. 2023.01.17.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