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단 1개서 42개로… LF '생활문화기업' 구본걸 승부수 통했다

김문수 기자 2023. 1. 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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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正道) 경영에 기반한 철저하고 투명한 성과주의가 한몫"
패션기업으로 시작해 F&B(식음료), 부동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LF의 적극적인 행보가 관심을 받고 있다.

LF는 구본걸 회장(사진)이 2007년 LG상사 패션사업부를 LG그룹에서 계열 분리시키며 설립한 기업이다. 구 회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다. LG상사 패션사업부문을 맡으면서 패션사업과 인연을 맺은 뒤 패션사업부문의 분사를 진두지휘했다.

LF는 2007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 시 1개였던 계열사(LF푸드)를 2021년 기준 42개로 확대시키며 패션회사에서 생활문화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LG패션에서 'Life in Future'를 뜻하는 LF로 사명을 바꿔 달고 사업 다각화의 초석을 다졌다. 기존 보유한 브랜드 사업역량을 의(衣)·식(食)·주(住)로 확장해 고객에게 알맞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 나갔다. 이러한 생활문화 종합기업으로의 청사진은 구 회장이 품은 기업철학과 맞물려 있다.

LG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인 정도경영을 기반으로 성과중심의 경영을 위해 전문경영인을 도입한 과감한 위임과 상호존중의 문화는 지속 가능 경영의 기반이 됐다. 업계에서는 사명 변경 8년 만에 사업다각화의 결실을 맺기 시작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


LF는 균형감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04년 LG상사의 패션사업부문장으로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남성복에 집중돼 있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혀 나갔다. 적극적인 투자로 '질스튜어트' '바네사브루노' '이자벨마랑' '레오나드' '빈스' 등 해외 유수 여성복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인수해 남성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던 여성복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여기에 캐주얼, 스포츠, 액세서리, 편집숍 등으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브랜드 사업을 공고하게 구축했다.

모던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 영국풍 정통 트래디셔널 브랜드 '닥스', 혁신적인 패턴으로 유명한 신사복 '마에스트로' 등의 파워 브랜드를 육성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이뤄냈다. 일찍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남성복, 여성복, 캐주얼, 아웃도어, 액세서리 등 5개 부문의 비중을 각각 20% 수준으로 오래 전부터 고르게 유지시켜 왔다.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닥스골프' '헤지스골프' 등 라인 익스텐션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의 브랜드 안목을 위해 이탈리아 남성복 '알레그리', 이탈리아 럭셔리 스타일의 대표주자 '막스마라' 등도 선보이며 풍부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왔다. 지난해에는 1895년 탄생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한국 판권을 인수하며 '닥스'(1894) '바버'(1894) '챔피온'(1919) 등과 함께 오랜 전통의 디자인 아카이브가 분명한 헤리티지(유산) 브랜드들의 리스트를 늘려 나갔다.

구 회장의 브랜드 철학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유통망 및 재고 관리, 효율성 중심의 내부 프로세스 구축, 경영 정보 공유를 위한 프로세스 이노베이션 (Process Innovation)과 혁신적인 내실 경영을 실천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온라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구 회자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고 e-커머스 사업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LF는 2000년 '패션엘지닷컴'으로 처음 온라인몰을 개설한 뒤 2010년 LG패션샵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온라인몰 육성을 시작했다. 2014년 사명 변경과 함께 LF몰로 리뉴얼하고 모바일앱을 론칭하며 온라인 사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모바일 쇼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볼거리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리뉴얼을 실시하는 등 기술 혁신을 위해 많은 투자를 감행했다. 당시 오프라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던 다른 패션 대기업보다 앞서간 행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LF의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외부 브랜드의 입점을 본격적으로 유치하며 자사몰에서 라이프스타일몰로 빠르게 체질을 변화시켜 나갔다. 철저한 고객 중심의 사고를 통해 자사 브랜드 우선주의를 뛰어넘고 성과중심의 경쟁 체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 결과 LF몰은 패션·명품·뷰티·리빙·여행을 비롯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걸쳐 8000여개의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로 발돋움 했다. 이후에도 BI 리뉴얼, 카테고리 전문관 개편, 선물하기 기능, 자체 미디어 커머스 콘텐츠 강화, LF몰 페이(PAY) 도입, LF몰 PLCC 카드 출시, 항공권 예약 서비스 실시 등 업계를 선도하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식자재 유통업 브랜드 강화


재계에 따르면 2004년 LG상사 패션사업부문장으로 합류한 구 회장이 당시 본업인 패션사업 외에 특히 눈여겨봤던 사업이 LG상사 내 식품사업부문의 수산물 가공식품 사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F가 2007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됨과 동시에 설립한 첫 번째 자회사 LF푸드의 원천이 된 사업부문이다. 결국 수산물 가공식품 사업은 패션과 F&B를 아우르는 브랜드 중심의 미래 지향적인 생활문화기업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일찍이 사업 다각화를 계획했던 구 회장의 꿈을 이루는 초석이 된 중요한 사업부문이었던 셈이다.

현재 LF푸드는 '고객에게 세상의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이라는 사명 아래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가치 있는 미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건강한 외식 문화 조성에 기여하는 F&B 사업, 뛰어난 글로벌 소싱 역량으로 해외에서 맛본 고품질의 식재료를 제안하는 식자재 유통 등으로 사업 초기부터 식품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동반한 영업 전략은 고객과의 상생 추구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식자재 유통 부문은 지난해 글로벌 식자재 브랜드 '모노마트'를 중심으로 소자본창업자를 위한 '토탈푸드솔루션' 서비스를 강화하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키웠다. 특히 매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 모노마트만의 강점을 살려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가 되면서 외식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20년 가까이 축적된 빅데이터를 토대로 트렌드와 업태 성향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 내용은 외식 운영, 조리교육, 메뉴 컨설팅과 POP 디자인부터 세무, 노무 등 소자본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까지 폭넓다.

LF푸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음식을 즐기는 장소가 가정으로 바뀌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직접 소비자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외식이 제한된 2년간 소비자들의 미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며 B2C 사업 부문이 2021년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는 프리미엄 레스토랑 간편식(RMR)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LF푸드는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달성했으며 3분기까지 매출 985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LF푸드는 올해에도 국내 시장에 프리미엄 RMR과 해외의 줄 서는 맛집의 메뉴를 간편식으로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RMR 경험을 제공하며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개발 속도 내는 LF


구 회장의 통 큰 베팅이라 여겨진 부동산 금융 사업도 안정적인 성장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 2018년말 부동산신탁업계 진출을 위해 인수한 코람코자산신탁이 경영 안정화 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LF의 실적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

특히 경기 불확실성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의 요구와 대체투자처 다변화에 대한 수요, 기업의 자산유동화 수요 등이 맞물리며 리츠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그 가운데 코람코자산신탁은 8건의 신규 리츠 설립을 통해 4조274억 원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며 총 운용자산을 14조2986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는 국내 민간 리츠 시장점유율의 22.6%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전년대비 운용자산 규모를 15.3% 증가시키며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1위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와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 부문으로 구성된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코람코자산운용 또한 리츠와 공모주 투자에 특화된 헤지펀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코람코는 경영 안정화와 함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기준 코람코자산신탁·코람코자산운용의 영업수익은 2495억원, 영업이익은 7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 86% 가까이 성장했다. 리츠와 부동산펀드 운용자산도 25조원으로 확대하며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코람코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GRESB 2022'에서 '아시아지역 오피스부문 섹터리더'로 선정된 것이다. 과거 아시아지역 섹터리더는 일본과 싱가포르 운용사들이 주로 독차지해온 것으로 이번에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자존심을 높였다는 평가다.



구본걸의 경영철학… 빛 본 정도(正道) 경영


패션사업을 국내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올리고 사업다각화의 기틀을 마련한 구 회장은 2021년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구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장기적인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는 한편 오규식 부회장과 김상균 사장을 LF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정도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 소유와 경영을 투명하게 분리하고 권한을 위임한 업계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오 부회장은 LG상사 심사과에 입사해 뉴욕지사, 금융팀, 경영기획팀장(상무) 등 전략, 금융 및 관리 부서를 두루 거쳐 2006년부터 CFO(부사장)로 재직해 온 전략기획과 재무 전문가로 LF의 안정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해왔다.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국내 패션 시장에서 혁신적인 사업 플랫폼의 중요성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LF몰을 중심으로 한 업계 최고의 온라인 사업 기반을 구축,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해왔다. 유통, 화장품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M&A와 투자를 통해 기존 패션업에 국한됐던 LF가 종합 생활문화 기업으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은 장본인이다.

김 사장은 LG카드(현 신한카드)를 거쳐 2004년 LG패션에 입사해 2010년부터 헤지스 사업부장, 신사부문장을 맡아 헤지스를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시장에서 리딩 브랜드로 안착시킨 인물이다. 2013년 중국 법인 대표를 맡은 뒤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했다. 이를 시작으로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몽골 등 성장성이 높은 해외시장에 헤지스를 진출시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를 주도했다. 이처럼 해외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 및 사업 전반을 운영해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LF 패션사업 총괄을 이끌고 있는 사업 전문가이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최고의 전문 경영인을 육성하고 배치한다는 구본걸 회장의 인재 기용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회사 분위기 속 LF의 여성 임원 비율도 최근 5년 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등기 임원 기준으로 LF의 여성 임원수는 지난 2016년 5명에서 2021년에는 1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비율로 따지면 19%에서 31%로 증가한 것으로, 이러한 배경에는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성과와 능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 근본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하는 구 회장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같은 시기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신설했다. 사외이사 후보의 역량 및 회사에 대한 독립성 여부를 사전 검증해 후보 추천의 공정성과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지난해에는 LF네트웍스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해 LF네트웍스를 고려디앤엘로 인적분할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지분을 교환해 책임 경영의 토대를 닦는 등 미래를 향한 준비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외부에 보여주는 것보다 내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드러난 대목이다. 구 회장은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경영 환경을 바탕으로 LF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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