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단 논란’ 박원순 사업... 구청 따라 엇갈린 행보

김승우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 2023. 1. 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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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박원순표 ‘마을공동체 사업’ 폐지
”뜨개질 모임에 김밥 지원하느라 혈세 낭비”
도봉·영등포구 관련 사업 축소 나서
중랑·관악·성동·은평구는 되레 사업 강화
”주민자치 활동 보장해야” 자체 예산 투입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5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조례안'이 재석 95명 중 65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뉴스1

서울시 구청들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흔적 지우기’를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폐지다.

박원순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2년 주민 자치를 활성화해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 단위로 뜨개질, 산책 모임을 만들고 각 모임마다 연간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바둑 모임을 만들거나 반찬 만들기 모임, 1인가구 간담회 등을 조직해도 80만원씩이 지원됐다. 시는 자치구에 마을자치센터도 만들었는데 시민단체 특혜 지원 의혹, 예산 낭비 등의 문제점이 계속 불거졌다.

이에 제동을 건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후 2021년부터 ‘서울시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였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 폐지조례안’이 최종 가결됐다. 조례안을 발의한 박상혁 국민의힘 시의원은 “지난 10년간 사업 과정에서 특정 시민단체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논란이 지속되며 각종 비효율이 드러나고 있다”며 “마을사업을 자치구 주도로 전환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는 앞서 지난해 7월 2021년까지 9년간 마을공동체 사업을 위탁 운영했던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다른 위탁업체에 총 4억6700만원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사업을 폐지하고 올해 주민자치 활성화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90% 삭감하면서 자치구들도 해당 사업 축소에 나섰다. 도봉구의 경우 지난해 주민자치회 예산이 총 9억857만원(시비 1억9756만원 포함)이었으나 올해는 시비가 전액 삭감됐고, 구 자체 예산도 4억 1028만원으로 축소 편성했다. 영등포구도 총 6억7000만원이었던 주민자치회 예산을 1억48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구로·서초구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접고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만 운영하는 등 예년에 비해 사업 규모를 크게 줄였다. 한 자치구 고위 관계자는 “공동체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이 떡볶이나 김밥 등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라고 수천만원대 예산이 들어갔다”며 “일부 주민들의 비생산적인 친목모임에 혈세를 쓰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자치구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박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을 이어가려는 분위기다. 중랑구는 올해 5개 동 주민자치회 신규 위원 위촉으로 16개 동 모두 주민자치회 구성을 완료했다. 지난해 주민자치회 예산은 시비 1억5000만원에 구비 3억5000만원으로 총 5억원이었으나 올해는 전액 구비로 6억7000만원을 편성했다. 구는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강하는 주민자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악·성동·은평구 등도 사업을 오히려 확대하거나 예산을 구비로 전액 편성해 주민자치회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전 시장 재임 당신인 8·9·10대 서울시의회에서 제정한 서울시 조례를 전면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간 약 1조원이 넘는 시 예산이 특정 민간단체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 사업 축소를 ‘박원순 흔적 지우기’라며 반발하는 민주당 소속 자치구와 국힘 소속 자치구간의 엇갈린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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