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165㎝가 배구 공격수로 날렸다?…'나는 작은 새' 조혜정

박대로 기자 2023. 1. 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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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키 작았던 조혜정, 줄넘기로 제자리 뛰기 68㎝까지
1976 몬트리올 올림픽서 '나는 작은 새' 별명 얻어
한국 구기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 획득
한국 배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해외 무대 진출

[서울=뉴시스]배구선수 조혜정. 2023.01.13.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나는 작은 새' 조혜정은 한국 배구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1953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조혜정은 165㎝라는 작은 키에도 한국 배구계를 이끌며 숱한 성과를 냈다.

배구 선수로는 작은 키 탓에 조혜정은 설움을 겪었다. 출중한 기량에 비해 키가 작았고 부산여중에서 늘 주전에서 밀려 뒷바라지만 하다 보니 경기는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다. 전국대회 우승을 함께 일궜던 친구들은 명문팀으로 간 반면 조혜정은 외면당한 선수들만 모인 서울 숭의여고로 진학했다. 조혜정은 홀어머니를 부산에 남겨두고 서울로 혼자 상경했다.

조혜정은 신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연습과 줄넘기에 전념했다. 그는 피나는 연습 끝에 제자리 높이뛰기 68㎝, 러닝점프 72㎝라는 놀라운 기량을 갖췄다. 일례로 김연경의 20대 초반 제자리 높이뛰기가 60㎝ 정도였다.

국가대표에 뽑힌 조혜정은 1972 뮌헨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한국은 북한에 패해 4위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좌절을 경험한 조혜정은 노력을 거듭했다. 조혜정은 1973년 우루과이 월드컵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혔고 이듬해 멕시코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을 세계 3위에 올려놨다.

[서울=뉴시스]배구선수 조혜정. 2023.01.13.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혜정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작은 키의 조혜정이 상대 장신 숲을 헤집는 모습에 외신들은 '나는 작은 새(flying little bird)'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실제로 조혜정은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점프력과 배구 센스로 상대 장신 벽을 피해 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조혜정을 비롯해 유경화·이순복·박미금·백명선·장혜숙·이순옥 등은 외국 선수들보다 평균 신장이 10㎝나 작았지만 한국 특유의 조직력과 끈질긴 수비를 앞세워 맞섰다.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구에는 8개국이 출전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소련에 1-3으로 졌지만 동독과 쿠바에 각각 3-2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한국은 당시 최강이던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는 1-3으로 졌지만 3·4위전에서 헝가리를 3-1로 꺾고 동메달을 땄다.

이는 한국 구기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자 첫 올림픽 여자 종목 메달이었다.

조혜정은 몬트리올 올림픽 이듬해인 1977년 23세 나이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다. 조혜정은 국세청과 대농(미도파)에서 실업팀 선수로 활약했지만 고질병이었던 무릎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서울=뉴시스]배구선수 조혜정. 2023.01.13.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던 조혜정에게 이탈리아 무대에서 입단 제의가 들어왔다.

제안을 받아들인 조혜정은 1979년 이탈리아 세리에A 라이온스 베이비 앙코나에 입단해 한국 배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해외 리그에 진출했다.

조혜정은 1981년까지 뛰며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첫 해 2부에 있던 라이온스 베이비는 이듬해 1부로 승격했다. 1부에서 거둔 성적도 리그 5위를 차지했다. 조혜정은 2년차에는 코치 겸 선수로 뛰며 이탈리아 배구를 즐겼다.

한국으로 돌아온 조혜정은 1981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대행을 맡았던 조창수 전 감독과 결혼식을 올렸다. 딸 조윤희, 조윤지는 프로골프 선수 생활을 했다.

[서울=뉴시스]배구선수 조혜정. 2023.01.13.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혜정은 광주송원여고 코치와 대한배구협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수원대 체육학과에 입학해 사회체육학을 공부했다. 1989년에는 국내에 처음으로 비치발리볼을 도입해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경기를 열기도 했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 모 백화점 냉면집 사장으로도 일했던 조혜정은 2008년부터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으로 일했다.

이후 조혜정은 2010년 여자배구 GS칼텍스 사령탑에 올라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여성 감독이 됐다.

하지만 주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조혜정은 부임 첫 시즌 4승20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꼴찌를 하며 지휘봉을 내려놨다.

현재 조혜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공공스포츠클럽인 사단법인 코리아하이파이브 대표를 맡고 있다. 코리아하이파이브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만든 스포츠클럽이다. 다양한 종목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참가자들을 지도하고 체력 증진을 돕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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