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액면가 유상증자하는 한국테크놀로지

김보라 2023. 1. 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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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주가 447원, 규정 따라 액면가(500원)로 신주발행
자본잠식률 46%…주가 떨어져 CB 신주물량 늘어날 듯
최대주주 한국이노베이션, 담보 잡힌 주식 반대매매당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중국 샤오미 전자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한국테크놀로지가 최근 두건의 유상증자 공시를 냈어요.

▷관련공시: 한국테크놀로지 1월 12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관련공시: 한국테크놀로지 1월 12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두 공시 모두 특정인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인데요. 눈에 띄는 점은 유상증자 신주발행가격이 1주당 500원이라는 점. 잦은 전환사채 발행도 눈여겨 볼 점이에요. 지난해에만 무려 5건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어요.

한국테크놀로지는 소액주주 비율이 70%에 달하는데요. 이번 유상증자와 빈번한 전환사채 발행이 소액주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한 번 짚어볼게요. 

액면가 500원짜리 유상증자 신주 발행 

한국테크놀로지는 두 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사모펀드(휴스턴투자조합)와 2대 주주인 데이원홀딩스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두 건 유상증자 규모는 총 100억원(각 50억원). 

회사는 제3자배정 대상자에게 각각 신주 1000만주를 발행할 예정인데요. 신주발행가격은 1주당 500원. 한국테크놀로지 주식 액면가와 같은 금액이에요. 따라서 신주 규모는 총 2000만주로 적지 않지만 신주발행가격 자체가 낮아 회사가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금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죠. 

한국테크놀로지가 원해서 유상증자 신주발행가격을 액면가 500원으로 정한 건 아니에요. 신주발행가격은 지난 1개월, 1주일, 최근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요. 그 결과 1주당 447원이 나왔어요. 

다만 계산한 대로 447원을 신주발행가격으로 할 수는 없어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제5-18조유상증자 발행가액 결정)'에 따르면 유상증자 신주발행가격이 액면가 미만이면 액면가를 발행가격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한국테크놀로지는 액면가를 신주발행가격으로 정한 것이죠. 

보통 제3자 배정은 최대 10%까지 신주발행가격을 할인할 수 있지만, 한국테크놀로지는 평균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아 할인이 아닌 할증 발행이 된 셈이죠. 

운영자금 목적으로 100억원 유증?

한국테크놀로지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요. 두 건의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돈은 100억원이죠.

지난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한국테크놀로지가 100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해 유상증자를 한다는 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에요.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한국테크놀로지의 자본금은 675억원, 자본총계는 360억원이에요. 이처럼 자본금이 자본총계보다 더 많은 상황(=자본금보다 자본총계가 더 작은 상황)을 자본잠식이라고 해요. 적자가 늘면서 자본총계를 잠식, 즉 누에가 뽕잎을 먹듯 갉아먹었기 때문이에요. 

한국테크놀로지의 자본잠식률(연결재무제표 기준)은 약 47%.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그 다음해에도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야 해요. 한국테크놀로지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것이죠. 

또 회사는 올해 3분기까지 계속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에요. 

주가하락으로 전환사채 신주물량 늘어날 듯

회사가 돈이 없다는 증거는 빈번한 전환사채 발행에서도 드러나는데요.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무려 5건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어요. 

지난해 8월 29억원 및 50억원 2건, 9월 100억원, 10월 30억원으로 각 채권의 이자율은 5%~6% 수준이에요. 

채권자가 주식전환을 원하면 한국테크놀로지가 발행해야할 신주 물량은 무려 3235만2505주. 이는 현재 한국테크놀로지 총 발행주식수의 약 21% 달해요. 별도로 진행하는 유상증자 신주규모(2000만주)까지 포함하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문제는 발행 예정 수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 

지난해 전환사채 발행 당시 5개 채권의 전환가격은 779원~832원 수준이었는데요.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가변동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리픽싱), 즉 낮춰야 하고 이렇게 되면 회사가 발행해야 할 신주 물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이미 회사는 지난해 8월 발행한 29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전환가격을 기존 779원에서 액면가인 500원으로 조정했어요. 이에따라 발행해야할 신주 물량도 372만2721주에서 580만주로 크게 늘었어요. 참고로 전환가격을 조정할 때도 액면가 밑으로는 할 수 없어요. 

지난해 10월 발행한 30억원 규모의 채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4건은 모두 시가하락 또는 상승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요. 만약 현재와 같은 주가상황을 유지한다면 전환가격 조정에 따른 신주 물량은 대폭 늘어나요.

한국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는 자본금 2억원으로 만든 한국이노베이션(비상장사)로 지분율은 20.31%인데요. 

회사가 다량의 전환사채와 유상증자를 진행할 동안 최대주주인 한국이노베이션은 오히려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 지분(580만주)을 담보로 돈을 빌렸어요.

지난 12일 한국이노베이션은 지분공시를 통해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해 담보로 잡힌 주식일부가 반대매매(고객의 동의 없이 담보로 잡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를 당했다고 밝혔어요.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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