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5년②]'박항서 매직' 만든 '파파 리더십'…향후 거취는

안경남 기자 2023. 1. 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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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부상 선수 위해 비즈니스석 내준 일화…의무실 직접 찾아 선수 위로하기도
박항서 감독 "사랑하는 선수들과 더는 같이할 수 없어 마음 아파"
국내 복귀설…현장 지도자보단 자문 역할 맡을 수도

【하노이=AP/뉴시스】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마이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전 최종 2차전에서 베트남 을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 경기에서 전반 6분 안둑의 결승 골로 1-0으로 말레이시아를 누르고 승리하며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8.12.16.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아시아에서 '축구 변방'에 가까웠던 베트남 축구를 단숨에 아시아 축구의 '다크호스'로 만든 박항서 매직의 중심엔 '파파(아빠) 리더십'이 있다.

박항서 감독은 16일 막 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에서 태국에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우승으로 '라스트댄스'를 화려하게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박 감독의 지난 5년은 영광으로 가득했다.

특히 박 감독은 베트남 매체와 팬들로부터 '베트남 축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박 감독의 성공 비결로 가장 먼저 '리더십'을 꼽는다.

【하노이=AP/뉴시스】말레이시아를 꺾고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축구대표단(감독 박항서)이 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마이딘 스타디움 그라운드에 모여 자축하고 있다. 베트남은 앞서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전 최종 2차전에서 전반 6분 안둑의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2018.12.16.

박 감독은 부임 후 베트남 문화를 존중하고 선수들을 자식처럼 대했다. 이른바 '파파 리더십'이다.

가장 유명한 일화로는 2018년 12월 스즈키컵 당시 결승 1차전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던 중 비행기에서 부상 선수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일이 있다.

또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한 뒤 베트남 선수들이 기자회견 중인 박 감독에게 물을 뿌리며 깡충깡충 뛴 적이 있는데, 박 감독은 싫은 내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선수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였다.

부상 선수도 빠짐없이 챙겼다. 박 감독은 대회마다 직접 의무실을 찾아가 부상 중인 선수들을 위로했다.

【하노이=AP/뉴시스】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박항서(가운데) 감독이 6일(현지시간) 하노이 미딘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필리핀과의 2차전 홈 경기에서 두유맹(왼쪽)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베트남은 지난 2일 필리핀과 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이날 2차전에서도 2-1로 이겨 합계 4-2로 결승에 진출했다.박항서호는 오는 11일과 15일 말레이시아와 홈&원정 경기로 우승을 다툰다. 2018.12.7.

코치진 업무가 나눠진 환경에서 선수단 전체를 관리하는 감독이 선수들의 부상 치료를 일일이 챙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2018년 23세 이하(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 결승전이 끝난 뒤에는 벤치를 지킨 선수들에게 "출전시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한 적도 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박 감독은 제자들과 소통을 위해 이처럼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베트남 선수들이 박 감독을 아버지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는 배경이다.

【파주=뉴시스】고범준 기자 =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 NFC(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에게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한국 축구대표팀 전용 훈련 시설인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이달 말까지 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11월8일부터 12월15일까지 스즈키컵 대회에 참가한다. 2018.10.18. bjko@newsis.com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 최고의 수문장이 된 당반람 골키퍼는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박 감독님을 웃게 하지 못해 슬프다. 반대로 승리하면 감독님이 기뻐하셔서 좋다"고 말할 정도다.

박 감독은 미쓰비시컵에서 준우승한 뒤 "사랑하는 선수들과 더는 같이 할 수 없는 게 가장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동고동락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지냈던 시간이 가장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이젠 팬으로서 베트남 축구를 응원하고 항상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과 화려했던 5년의 마침표를 찍은 박 감독은 축구 인생의 다음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축구 4강 신화를 달성했다. 2018.09.06. bluesoda@newsis.com

박 감독은 다음 행선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일각에서는 국내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박 감독은 "전에도 베트남과 한국에선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한국에는 저보다 훌륭한 후배들, 동료들이 많다. 한국에서 현장 지도자로서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제가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못 한다"며 "소속사 대표가 제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도 생각해봐야 한다. 가족들과도 상의해야 할 부분이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저에게 적합한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분명한 건 제가 축구를 가장 잘 할 수 있으므로 축구계에 종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감독의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가운데 일각에선 현장이 아닌 행정가로 국내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 축구계에 따르면 프로축구 한 구단이 모기업의 베트남 진출 시장 진출을 위해 박 감독을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행정가로서의 길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캡처=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그는 "국내에서 협회나 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행정적인 건 제 능력이 안 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제안이 온다면 고려하겠지만, 협회나 연맹에 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쓴 박 감독은 아직 사령탑으로 월드컵에 나서진 못했다.

국내 지도자 복귀엔 선을 그었지만,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제안이 온다면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캐나다, 멕시코, 미국이 공동개최하는 월드컵부터 종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본선 참가국이 늘어나면서 아시아 국가의 본선 가능성이 커진 점도 변수다.

월드컵 본선에 목 마른 중국과 중앙아시아, 중동 국가들이 박 감독의 차기 행선지가 될 수도 있다.

박 감독은 "이번 카타르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를 보면서 월드컵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며 "부족하지만, 저를 불러준다면 한번 생각은 해볼 것이다. 하지만 저를 불러주는 팀이 있겠느냐"며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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