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박항서 감독 "베트남에서 2026북중미 WC? 욕심 없었다"[일문일답]
[OSEN=노진주 기자] '베트남 국민파파' 박항서 감독(64)이 5년간 잡고 있던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소회를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오후 1시(한국시간) 소속사 디제이 매니지먼트가 마련한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베트남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앞서 16일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태국과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 2차 원정 경기를 치러 0-1로 패했다. 1차 홈경기에서 2-2로 비겼던 베트남은 1,2차전 합계 2-3을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축구협회와 계약이 만료된 박항서 감독은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5년간 베트남 축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데 따른 축구 팬들의 고마움을 한 몸에 받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베트남축구대표팀과 5년 동행 소회
-5년 동안 베트남 23세와 국가대표팀 감독직, 어제로서 동행을 마쳤다. (미쓰비시컵) 준우승했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우승을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다. 이별의 아픔은 있어도 베트남 축구가 발전하게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마음의 정리를 해서 새로운 길을 나아갈 생각하고 있다.
▲ 동행 끝난 것이 실감 나는지. 기억에 남는 장면
-장기간 (베트남에)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1년만 버티자’고 했는데 5년까지 왔다. 긴 세월이다. 생각보다 길었다. 대회 때마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 뒤돌아보면 부족한 면도 많이 있었다.
지금도 내 방옆에선 선수들이 떠들고 있다. 가장 후회 없이 했다고 하지만 선수들하고 우리 코치, 스태프들하고 헤어진다는 것에 대해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좋은 기억이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나한테 혼도 나고 또 사랑방 같은 의무실에서 같이 뒹굴고 했던 순간이 앞으로도 많이 기억날 것 같다.
▲ 국내 감독직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향후 계획은
난 베트남과 한국에선 앞으로 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베트남에서 현장 감독으로서 역할은 할 생각이 없고 한국엔 나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내가 특별히 한국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판단한다.
또 한국 현장을 5년간 떠나 있어서 현장감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 미래는
성격상 한 가지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편이다. 이제 시합이 다 끝났다. 회사 대표가 내 미래에 대해서 몇 가지 안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가장 적합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축구 분야에서 종사하는 것은 분명히 생각하고 있다.
▲ 한국 유소년 지도 계획은
잘 모르겠다. 아직 그 계획은 없다. 기회가 되면 할 수 있겠지만 내 역량으로 감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건 아니다. 지금 베트남에서 한국보단 그런 부분에서 더 필요한 거 같아 잠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소년 축구와 관련해 베트남에서 할 수 있는 제안이 오고 있기 때문에 고민 중에 있다.
▲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지도자로서 한국 축구계에 해줄 말이 있을까.
나는 베트남에서 열심히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 뿐이다. 감히 내가 어떻게 한국 대표팀에 대해 평가를 하겠나.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다.
내가 한국 지도자들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없어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국제대회에서 언어소통 문제만 잘 해결되면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국가대표 지도자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협회기술위원회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순 없다. 다만 (국제대회에서) 언어소통 부분이 아니고선 감독으로서 역량을 국내 지도자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국내 지도자가 국가대표팀을 맡아도 잘 이끌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내 지도자가 대표팀을 맡으면 협회에서 금전적인 것보다도 여러가지 국내지도자들에 대해 외국 감독만큼 지원을 해주는가 의문이 든다.
미디어는 감독에 대해 비난 조언 여러가지 할 수 있다. 협회는 일정 부분 감독이 소신 있게 할 수 있게끔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그 부분에서 협회가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고 국내감독들도 역량이 있단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직접 뵙진 못했지만 이번 협회 기술위원장에 독일분이 됐다고 알고 있다. 의문이 들었다. (독일인) 위원장님이 과연 한국 지도자 역량을 얼마나 알까. 데이터가 온다고 해서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 기술위원장 선임할 때 ‘외국 감독을 뽑기 위해 선임했나?’ 저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 외국에서 행정가의 길도 생각하고 있는지. 협회나 프로축구 쪽.
(외국에선) 말이 통하지 않는데 무슨.(웃음) 국내 협회, 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축구 기술적인 부분이기에 그런 제안이 온다면 고려해 볼만 하지만 협회나 연맹은 들어갈 생각이 없다. 나를 받아주지도 않겠지만.(웃음)
▲ 향후 한국 지도자가 동남아에 진출한다고 하면 조언은.
조언을 할 입장이 못 된다. 타국에서 일하는 거 자체가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쉬울 수 있지만 어렵다. 감독이라면 선수들로부터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 2026년 북중미월드컵까지 베트남을 이끌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그런 욕심은 없었다. 처음 베트남과 2년 계약이 끝났을 때 ‘박수 칠 때 떠나라’고 이야기 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에도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고 친구들이 그랬다. 그때 1년 추가 연장 계약을 했는데, 그것을 끝으로 내려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재임기간 동안 동남아에서 어느 정도 목표 달성을 했다. 부임 초기 목표였던 피파랭킹 100위 안에 들겠단 것도 이뤘다.
▲ 마지막 경기 후 홀가분했나
-시합 기간 중에 마지막이란 표현을 내가 선수들에게 딱 한 번 썼다. 마지막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처음 여기에 올 때부터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그 마음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막상 끝나고 나니 ‘이제는 떠나는구나’,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고, 또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 다음 경기가 있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잘못 선택을 했구나’ 생각했을 텐데 이젠 감독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편안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동고동락 못한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 4년 뒤 월드컵 감독으로서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월드컵이란 대회는 경험해 본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정말 다르다. 그만큼 경험이 중요하다. 내가 많이 부족하지만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다면 한 번 생각은 해볼 것 같다. 하지만 나를 불러줄 팀이 있겠나.(웃음)
▲ 팬들에게
많은 응원 격려 해주신 것 잘 알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베트남에서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했다. 지난 5년 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그리고 저 많이 응원해주신 축구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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