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맥락은 이해하나 적절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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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발언에 이란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IRNA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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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발언에 이란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IRNA통신이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발언은 한-이란 양자 관계와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문제 발언은 장병들에게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다.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라고 말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UAE와 한국의 당면한 안보 현실을 말하면서 파견 부대원들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는 맥락이다.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한국에 3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직후 나온 이 발언은 양국 관계의 가시적 진전에 고무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저간의 정황과 사정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를 언급한 것은 적절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였고 외교와는 무관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모든 공개된 언사는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의미를 띨 수밖에 없다. 특히 이란은 반미·친북 성향을 띠면서도 한국과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제재 이전에는 한국의 중동 내 주요 교역국이었다. 미국의 전임 정부인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강경책 동참을 요구해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유화 정책으로 인해 다시 경제 협력을 원상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원화 동결자금 문제 등 관리해야 할 현안도 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까지 나서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진화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외교적 수사의 기본은 모호함과 적절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외교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외교관의 발언은 모호한 어구로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하거나, 직설적 어구로 왜곡을 방지하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은 이런 모호성이나 적절성과는 전혀 관계도 없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발언으로 특정 국가를 자극하는 꼴이 됐다. 외교적 언사는 국제정치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번 방미 때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말실수라고는 해도 그 리스크는 대내외적으로 적지 않다. 대통령의 외교가 사소한 말실수나 부적절한 언어로 인해 성과를 가리는 일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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