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강철교서 2시간 멈췄던 전철, 기관사는 5개월차 신입직원
안전 일선에 경력직원 투입…철도 운전실 내 CCTV 설치 검토
지난해 말 퇴근길 수도권 1호선 전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 승객들이 2시간 동안 열차에 갇혔던 사고의 기관사는 입사 5개월 차 신입직원이었고, 멈춰 선 열차를 견인하는 열차의 기관사는 13개월 차라 사고 수습이 지연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출입문 오작동으로 멈췄는데 열차 비상대응 조치가 미숙해 수습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작년 한해 동안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등 궤도 이탈 3차례, 오봉역·중랑역·대전조차장역 사고 등 4명의 코레일 직원이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업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신입직원 투입으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판단으로 경력이 많은 직원을 안전 일선에 배치하는 한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는 4조2교대 근무 체계에서 3조2교대로의 환원을 명령했다.
국토교통부가 이런 내용이 담긴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17일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0여년간 줄고 있던 철도사고가 지난해 증가세로 전환됐다. 2012년 222건에서 2021년 48건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 66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SRT-무궁화호 궤도 이탈의 경우 궤도가 맞지 않은 부분이 빈번히 검측됐음에도 보수를 지연하거나 누락했고, 오봉역 신호가 계획대로 전환됐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기관차를 운행하는 등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중대사고로 연결됐다.
국토부는 영등포역(무궁화호 궤도이탈)의 경우 코레일이 4조2교대 도입 이후에 조당 일평균 인력이 40명에서 34명으로 감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도 평가 등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근무체계를 변경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신입 직원들이 위험한 업무를 많이 맡는 등 조직관리에 있어 안전우선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오봉역 등 업무량이 많은 역사에 중견 직원과 신입 직원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중간 관리자가 부역장·역무팀장 등 현장 책임을 맡도록 인력 배치를 개선하기로 했다. 신규 광역철도 기관사는 선로 등 현장에 익숙해진 뒤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여닫는 업무를 하는 전철 차장을 거쳐 기관사로 투입되도록 보직 경로를 바꾼다.
코레일 노사가 2020년 1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4조2교대 근무 체계에 대해 국토부는 3조2교대로 환원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4조2교대는 국토부 승인 없이 도입된 체제로, 근무 체계 변경 이후 철도 사고가 늘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4조 2교대제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 조는 주간과 야간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쉬는 형태다. 지난 2018년 철도 노사가 합의한 사안이라 3조2교대로의 환원은 코레일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국토부는 작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철도·유지보수 실명제를 강화하고,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CCTV 설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철도 사고나 운행 장애 때 관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코레일 내에 흩어진 관제 기능을 하나로 모으기로 했다. 코레일 내에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도보 점검을 인력 위주의 업무 전반을 자동화 및 첨단화하는 '스마트 유지보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레일 연마차(2대)와 연마기(18대) 등의 첨단장비를 2025년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토부가 내놓은 이번 철도안전 강화대책은 인력 확충을 필요로 하는데,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감축 기조와는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25년까지 코레일 정원을 722명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철도안전 강화대책'에 포함된 코레일의 안전업무체계 개선, 인력증원 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및 코레일·국가철도공단 등과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며 "현재 용역수행 기관 선정 중인 전문 컨설팅 용역을 통해 관제·시설유지보수 등 철도안전체계를 원점에서 심층진단하고, 올해 7월까지 안전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개선방안과 이행계획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폭행한 친오빠와 한집에 살고 있다"…가해자 지목된 20대 또 무죄
- "나 여자예요" 선언만 하면 끝…핀란드 트랜스젠더 `천국`됐네
- 삼단봉 휘둘러 동거남 살해한 30대女…항소심도 징역 25년
- 박지원 “김건희 여사, 짜장면만 잡수셨겠나”…김연주 “김정숙, 단독으로 CEO들 불러”
- 집에 혼자 남은 2살 아들 사망…사흘간 외출한 엄마 체포
- 트럼프 2기 앞둔 美中 정상회담…시진핑 "디커플링 해법아냐"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