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고별 인터뷰 '파파' 박항서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한국에선 감독 할 일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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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컵을 끝으로 베트남과 5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64)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오후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5년 동안 맡은 베트남과의 동행을 마무리한다. 이젠 끝이라는 생각에 편안하기도 하지만 서운하고 아쉽고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엔 만남과 이별이 있다. 베트남 축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저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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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미쓰비시컵을 끝으로 베트남과 5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64)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오후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5년 동안 맡은 베트남과의 동행을 마무리한다. 이젠 끝이라는 생각에 편안하기도 하지만 서운하고, 아쉽고,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엔 만남과 이별이 있다"며 "베트남 축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저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부임해 5년여 동안 팀을 이끌었다. 처음부터 일이 술술 풀린 건 아니었다. 부임 당시 커리어가 좋지 않아 베트남 내에 반대 기류가 있었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3부리그까지 내려간 감독이 타국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항상 압박을 받았다. 감독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는다. 결과물을 얻더라도 기술적인 면을 두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부임 당시 느낀 고충을 털어놨다.
박 감독은 결과로 말했다. 2017년 FIFA 랭킹 136위였던 베트남은 현재 96위까지 40계단 점프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미쓰비시컵 우승, 2019년 아시안컵 8강, 2022년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베트남 현지에선 이를 두고 '매직'이라고 불렀다.
선수들은 '파파'(아빠)라고 부르며 박 감독을 믿고 따랐다. '파파 리더십'은 축구계 넘어 베트남 사회 이슈였다. 박 감독이 광고에 등장할 정도다.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에게 훈장을 3번 수여하며 공로를 인정했다.
박 감독은 "이렇게 베트남에 5년이나 있을 줄 몰랐다. 2년 계약이 끝났을 때 주변에서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다. 5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결과가 나쁘든 좋든, 동남아 축구에서 어느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지지해주고, 이영진 코치, 최주영 닥터, 박성균 코치, 선수들이 같이 고생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 감독은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린 2022년 아세안축구연맹 미쓰비시컵에서 '라스트 댄스'를 추길 바랐다. 하지만 16일 '라이벌' 태국과 결승 2차전에서 0대1로 석패하며 합산 2대3 스코어로 눈 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박 감독은 "5년간 마지막이란 표현은 결승 2차전 때 딱 한 번 썼다. 그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처음 부임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교만하다 싶을 땐 마음을 잡으려 했다. 우승하지 못해 화가 나기도 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니 내가 잘못 선택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박 감독과 선수들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연결되는 건 자연스럽다.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나면서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공석이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베트남과 한국에선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한국엔 저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많다. 한국 현장에선 제가 특별히 할 일은 없다. 국내 협회나 연맹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회사 대표가 제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안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 생각을 해보고 가족과 상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표팀 감독 관련, 특유의 솔직 화법으로 작심 발언도 꺼냈다. "국내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왜 국내 지도자가 감독직을 맡으면 협회가 외국인 감독만큼 지원해주지 않는 지 의문이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협회는 감독의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협회가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기술위원장(마이클 뮐러)을 만나지 못했지만, 의문이 있다. 한국 지도자들의 역량을 얼마나 파악했는지 궁금하다. 외국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외국인)기술위원장을 선임했나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미래는 초미의 관심사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감독 러브콜을 보낸다면 어떻게 할 건가'란 질문에 "월드컵 때 카타르를 보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느꼈다. 제가 부족하지만, 불러준다면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저를 부르는 팀이 있겠나"라며 베트남, 한국 외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 감독을 필두로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이 줄줄이 동남아 축구계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동남아 무대를 누비는 후배들을 향해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으면 능력을 인정받은 거다. 타국에서 일하는 게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나라 문화를 존중하면서 선수들과 신뢰와 믿음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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