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끝’까지 가나···18일 우리금융 임추위서 거취 표명 주목

문책경고 받아 금융회사 취업 3년 제한
연임 도전 위해 법정 싸움 개시 시사
소송 제기·연임 출사표 땐 당국과 ‘충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함에 따라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려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는 게 불가피하다.

17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8일 회의를 열고 10명 안팎의 1차 회장 후보군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임추위는 헤드헌팅 업체 2곳에 회장 후보로 적합한 외부 인사를 5명씩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임추위는 추천받은 외부 인사 중 일부를 추려 내부 인사와 함께 1차 후보군을 확정한다. 이어 오는 27일 회의에서 2~3명으로 압축된 2차 후보군을 결정할 예정이다.

손 회장의 연임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거취 표명을 미뤄온 손 회장이 18일 회의 전후로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연임 도전을 위해 법정 싸움을 개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한 책임을 물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현행 법령상 문책경고 징계를 받은 자는 금융회사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취업 제한 조항을 우회하려면 손 회장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징계 효력을 정지시키고, 이어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본안 소송 선고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가처분 신청만 받아들여지면 연임의 법적인 걸림돌은 제거된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과 신한투자증권 간 소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들에게 라임 펀드 투자금 전액을 배상한 우리은행은 이 펀드를 판매했던 신한투자증권과 647억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과 손 회장이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라임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순순히 인정하는 꼴이 돼 구상권 청구 소송이 우리은행에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송에서 패한다면 이사회를 향해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뜻은 확고하다. 당국은 지난해 11월 중징계 의결이 나온 이후로 줄기차게 손 회장을 향해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사자(손 회장)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는 말로 소송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손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고 연임 출사표를 던진다면, 당국과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우리금융이 징계 취소 소송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제도 개선 등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