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례행사가 된 법관들의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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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의 사직(辭職)이 관심사가 됐다.
법원을 떠나지 않았을 법한 직책에 있는 이들이 자리를 옮기면서다.
이 같은 현상이 매해 반복되면서, 몇 명이 법원을 떠나는지, 또 떠난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취재하는 건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대법원 총괄연구관(부장판사)을 포함한 재판연구관, 그리고 고법 판사들의 사직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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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의 사직(辭職)이 관심사가 됐다. 법원을 떠나지 않았을 법한 직책에 있는 이들이 자리를 옮기면서다. 사직은 개인의 결정이라지만, ‘대탈출’로 보일 만큼 나가는 이들이 많고, “조직에 남을 유인이 없다”고 하는 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직결되는 헌법 기관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 같은 현상이 매해 반복되면서, 몇 명이 법원을 떠나는지, 또 떠난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취재하는 건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대법원 총괄연구관(부장판사)을 포함한 재판연구관, 그리고 고법 판사들의 사직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대법원에서는 총괄연구관 2명 등 3명의 부장판사와 재판연구관 2명이, 서울고법에서는 10여명이 사직원을 제출했다고 한다. 고법 판사들 대다수가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연구관 경험이 있는 인물들로, 사법연수원 30~36기가 90%를 넘는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법원의 ‘중추’ 역할을 할 엘리트들이 매년 법원을 떠나는 셈이다.
법원의 ‘허리’였던 이들은 대형 로펌의 ‘간판’이 된다. 사건 경험이 많은 데다, 우수하게 사건을 처리했던 만큼 소위 ‘능력 있는’ 법관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이 재판연구관과 고법 판사들을 선호하는 이유다. 사직 후 1년 간 소속 법원 사건을 수임할 수 없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보다 몸값이 높다고 한다. 고법 판사의 경우 사건 수임을 못하는 것 같지만, 판사들의 이동이 지방법원보다 잦지 않아 의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엘리트들의 사직 소식을 들은 전·현직 법관들은 아쉬워 보였다.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재판 차질’을 언급한다. 일선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시스템을 잘 아는 이들이 법원을 떠나는 것이어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재판 지연 등의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법원에게는 뼈 아픈 손실인 셈이다. 법원이 특정 인물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간 이들을 대체할 인력이 있다”는 이야기에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판사도 사람이다. 연구관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법원을 떠나면서 “가족과 떨어지기 싫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관 시절 어려운 사건만 담당해 왔다. 특정 분야의 연구관을 지냈고, 이와 관련된 전담 재판부에 배정돼 일반 사건 외에도 전담 사건을 심리했다. 하지만 이후 ‘형평성’을 이유로 지방 발령을 받았다. 그는 “전문성을 쌓아도 큰 메리트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제도에 대한 항변으로 들렸다.
법원도 전담 재판부의 근무 기한을 늘리는 등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미 의료와 건설 전담 법관을 선발해 한 법원에서 5년 간 근무할 수 있도록 했고,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좋은 재판을 위한 시도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한 고법의 부장판사는 “구성원들이 수십명씩 나가더라도 법원은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 상황을 타개할만한 뾰족한 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법관들의 사직을 취재하는 게 ‘연례행사’로 자리 잡아 가는 지금, 한 부장판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과거엔 ‘승진하지 못한 법관들이 로펌으로 갔다’고 봤다면, 지금은 오히려 ‘성공했다’ ‘잘 됐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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