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 기판’으로 반도체 패키징 새판 짠다…SKC 앱솔릭스 공장 건설현장 가보니 [르포]

이영욱 기자(leeyw@mk.co.kr) 2023. 1. 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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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AI·자율車 등에 필수
각국 고성능 반도체 개발 경쟁
선폭 미세화론 성능향상 한계
실리콘 대체 ‘유리기판’ 승부수
내년 연산 1만2천㎡ 완공 목표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 인근의 앱솔릭스 글라스 기판 생산공장 건설부지에서 김성진 앱솔릭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사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KC>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동쪽으로 60㎞ 떨어진 커빙턴시. 지난 10일(현지시간) 방문한 이곳에선 SKC의 반도체 글라스 기판사업 자회사인 앱솔릭스가 ‘글라스(유리) 기판’ 생산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연 앱솔릭스 생산공장은 현재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앱솔릭스는 1990년대부터 기존 실리콘을 대체할 글라스 기판을 연구하고 있던 조지아공과대학교와의 협업, 향후 미국시장 진출, 낮은 자연재해 발생빈도와 인건비 등을 염두에 두고 조지아주를 선택했다. SKC와 앱솔릭스는 2억4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1만2000㎡ 규모로 2024년 완공할 예정이다. SKC와 앱솔릭스는 3억6000만달러(약 4400억원)의 2단계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연산 7만2000㎡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공장에선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패키징 등 3개 첨단 산업의 생산 기술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공정이 운영될 예정이다. 반도체 글라스 기판 공정엔 유리 기판을 가공하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식각, 재배선 등 반도체 기술, 반도체 소자를 기판 내부에 넣는 임베딩 기술이 모두 적용된다. 실시간 ‘디지털 트윈’ 기술도 적용해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할 예정이다.

SKC가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선보인 반도체 글라스 기판 실물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SKC>
앱솔릭스의 ‘글라스 기판’은 반도체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가상·증강현실, 고속통신(6G) 등엔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짧은 시간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전력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부피가 작아야한다.

삼성전자, TSMC 등은 14, 10, 7, 5㎚등으로 반도체 선폭 미세화 경쟁을 벌이며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선폭이 줄어들수록 차세대 반도체 개발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성능은 크게 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준록 앱솔릭스 대표는 “신규 칩을 개발할 시 제품당 700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되지만, 성능개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선폭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에 이 문제를 해결해 줄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키징이란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에 배치해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CPU, GPU, 메모리 등 각종 반도체가 MLCC와 함께 기판에 하나의 부품으로 포장이 된다.

현재 널리 쓰이는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는 패키징 구조는 패키징 기판 위에 실리콘으로 만든 중간기판이 놓이고, 그 위에 다시 반도체 칩이 자리 잡는 구조로 돼 있다. 중간기판 옆엔 반도체를 구동하기 위한 MLCC 칩이 배치된다. 2015년 TSMC에서 상품화한 뒤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 앱솔릭스 글라스 기판 생산공장 건설현장에서 만난 오준록 앱솔릭스 대표가 글라스 기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SKC>
오 대표는 “앱솔릭스 반도체 글라스 기판은 사각패널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징 미세화는 물론 대형화 추세에 대응할 수 있다”며 “중간기판이 필요 없어 두께가 얇고 전력 효율을 높여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처리가 가능하며 저전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라스 기판을 사용할 경우 기존 기술 대비 40% 정도 성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대표는 “앱솔릭스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KT의 서울시 용산구 소재 인터넷데이터센터인 ‘용산 IDC’의 경우 글라스 기판으로 바꿀 경우 데이터 처리 규모가 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패키징 기판의 크기가 줄어들며 센터의 총면적도 4만8000㎡에서 9600㎡으로 줄어들고, 전력소모량도 연간 4만kW에서 2만kW로 절반으로 줄어들기에 ESG(환경·책임·투명경영)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C는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반도체 글라스 기판 실물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가로·세로 각각 50㎝의 넓은 면적에 일반 기판의 4분의 1에 불과한 0.8㎜ 두께로 매끄러운 표면 등과 함께 기존 반도체 패키징용 기판의 한계를 극복한 특장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오 대표는 “강소기업들과 함께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 진출해 생태계를 잘 구축한다면 5~10년 후 우리나라가 차세대 패키징 시장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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