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 앞에서 '우크라 전쟁' 언급하며 "감사"…독일 국방장관 결국 사퇴

박가영 기자 2023. 1.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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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폭죽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부적절한 언행을 한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이 결국 직을 내려놓았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새해 인사 영상에서 "유럽 한가운데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고 있는 전쟁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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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 /로이터=뉴스1

새해맞이 폭죽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부적절한 언행을 한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이 결국 직을 내려놓았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도이체빌레(DW) 등에 따르면 람브레히트 장관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면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지난 몇 달간 내 개인에 초점을 맞춘 언론 보도로 인해 독일 연방군과 안보 정책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방해받았다"며 "이에 장관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의의 중심에는 병사들과 이 분야의 의욕적인 이들의 노력이 자리해야 한다"며 "우리의 안전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는 람브레히트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며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숄츠 총리는 "일이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파악하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신임 국방부 장관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람브레히트 장관의 후임으로 누가 기용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숄츠 총리가 '남녀 동수 내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차기 국방장관 역시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람브레히트 장관이 새해 첫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이 그의 사퇴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새해 인사 영상에서 "유럽 한가운데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고 있는 전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내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고, 흥미롭고 훌륭한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람브레히트 장관이 말을 이어 나가는 동안 뒤에선 새해맞이 폭죽이 연이어 터지고 굉음이 울렸다.

문제의 영상에 독일 내부에선 비판이 쇄도했다.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제랍 귈러 연방의원은 "폭죽을 배경으로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한 건 국방부 장관의 연이은 부적절한 행위 중에서도 가장 불쾌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독일 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논평에서 람브레히트 장관의 발언이 "전쟁을 흥미로운 직업적 경험처럼 들리게 했다"고 비난했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이전에도 실언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지난해 1월 독일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용 헬멧 5000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다. 당시 비탈리 클리치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은 "독일의 다음 지원 물품은 베개인가"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국방전문가 라파엘 로스는 DW에 "국방부가 권위를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에 람브레히트 전 장관이 사임하게 된 것"이라며 "그가 계속 장관직을 유지했어도 대의명분을 잃어버린 상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독일 국방부 장관은 공석 사태는 차기 장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일정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오는 19일 베를린을 방문해 이튿날 독일 정부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독일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은 그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가 정면충돌하는 형식의 확전을 우려해 관련 지원을 꺼려왔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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