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사업도 판다… 체질 개선 분주한 석유화학社

정재훤 기자 2023. 1.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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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자회사 매각해 인수 대금 충당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연초부터 신사업 확대에 힘을 쏟으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사업다각화를 위해 배터리·태양광 등 신사업에 조(兆) 단위 투자를 발표하고 기존 알짜 사업까지 매각하는 모습이다.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올해를 미래 사업 육성의 원년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모습./롯데케미칼 제공

1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파키스탄 소재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의 보유 지분 전량 75.01%를 약 1924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LCPL은 롯데케미칼이 지난 2009년 네덜란드 페인트업체 악조노벨로부터 147억원에 인수한 회사로,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연간 50만t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PTA는 폴리에스터 섬유와 산업용 원사, PET병, 산업용 필름 등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범용 석유화학제품이다. LCPL은 2021년 매출 4713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수익을 내고 있었으나 롯데케미칼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매각을 단행했다. 롯데케미칼은 매각의 이유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등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2030년 매출 50조원을 목표로 삼고,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사업에서만 전체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약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세계 4위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배터리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다음 달 말까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 약 2조7000억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번 LCPL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도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큐셀(태양광) 부문 미국 조지아 공장 내부 전경./한화솔루션 제공

한화솔루션은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달튼과 카터스빌을 잇는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 달튼 지역에 연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증설해 내년 5.1GW까지 모듈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달튼 인근 지역 카터스빌에는 내년 말 상업 생산을 목표로 각 3.3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2024년까지 미국 내에서 총 3.3GW의 잉곳·웨이퍼·셀 생산능력을, 8.4GW의 모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한화솔루션은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도 태양광 모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에 통합 법인 출범(2020년 1월)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은 1조3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고, 영업이익은 197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반면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1197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 역시 태양광 사업 호조로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에 비해 선방할 것으로 예측된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올 1분기부터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약 170만㎡ 용지에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연간 12만톤(t)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12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미국 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예상 조감도./LG화학 제공

LG화학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들은 LG화학이 지난 4분기 석유화학부문에서 300억~600억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 힘을 싣고, 양극재를 포함한 전지 소재 사업 매출을 지난해 5조원에서 2027년 20조원까지 4배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초 신년사를 발표하며 신사업 강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적기에 육성해야 한다”면서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실행해 전략적인 자원 투입 속도를 유지하자”고 말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전지 소재는 친환경 차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10년간 연평균 30%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고부가 시장”이라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전지 소재 사업 확대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성공적인 PMI(인수합병 후 통합 관리)를 통해 사업 안정화와 기대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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