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동행 끝낸 박항서 "국내에서 감독 생각 없어…새로운 길 나아갈 것"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쌀딩크'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변화를 위해 다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17일 태국 방콕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과 화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16일 태국과 아세안 축구연맹(AFF) 챔피언십 결승 2차전에서 0-1로 패하며 1, 2차전 합계 2-3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를 끝남과 동시에 박 감독은 베트남을 떠난다. 유종의 미를 거둔 박 감독에게 베트남 국민들은 감사의 박수를 쳐주고 있다. 그가 이룬 노력은 대단했다.
그는 "우승을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지만, 최선을 다했던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에 베트남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라며 새로운 길을 나가기 위한 양자의 선택이었음을 전했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에 베트남 성인 대표팀부터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아 발전을 이뤄냈던 박 감독이다. 그는 "장기간 낯선 곳에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선수, 코치진과 헤어지는 것은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에 이 결정까지는 베트남 축구도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라며 재도약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새로운 계획에 대해서는 "베트남과 한국에서 감독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고 내려놓았다. 현장 감독 역할은 할 생각이 없다"라며 선을 그은 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적합한지 고민 중이다. 분명한 것은 축구를 가장 잘 할 수 있고 축구 관련 일을 할 것이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일문일답
-임기를 끝낸 소감은
"5년 동안의 동행을 마쳤고 최선을 다했다. 우승을 못 해서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했던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별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만남과 헤어짐이 있기에 베트남 축구는 더 발전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저 역시 마음의 정리를 해서 새로운 길을 나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5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동행이 끝난 것이 실감 나시는지. 가장 기억 남는 장면은
"장기간 이렇게 낯선 곳에 있으리라 생각 못 했고 5년이다. 긴 세월이었다. 매 대회마다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부족함도 따르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제 방 옆에서는 선수들이 떠들고 있다. 나름대로 후회 없이 했지만, 선수, 코치진과 헤어지는 것은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에 이 결정까지는 베트남 축구도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 저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해서 선택했다. 5년 동안 여러 기억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저에게 혼도 나고 그랬지만,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뒹굴고 했던 순간이 앞으로도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국내에서 감독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하실 것인지
"베트남과 한국에서 감독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고 내려놓았다. 현장 감독 역할은 할 생각이 없다. 한국은 저보다 훌륭한 후배, 동료들이 더 많다. 제가 특별히 한국,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장 감독을 할 생각은 없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한국을 5년 동안 떠나 있었다. 현장 감독 생각은 없다.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는 중에는 다른 생각을 잘하지 못한다. (매니지먼트사) 대표에게도 경기 중에는 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했다. 몇 가지 안을 대표가 갖고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이 저도 생각을 해봐야 하고 가족과도 상의가 필요하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적합한지 고민 중이다. 분명한 것은 축구를 가장 잘 할 수 있고 축구 관련 일을 할 것이다."
-국내에서 유소년 지도 계획은 없는지
"아직은 없다. 한국에서는 학원 스포츠나 유스 클럽이 많다. 기회가 되면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역량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베트남에서는 한국보다 그런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아서 잠시 생각도 했었다. 구체적으로 유소년 축구 제안도 있었다. 고민 중이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급 지도자에 국내 지도자는 평가 절하되고 있다. 어떤 생각이신지
"제가 어떻게 성공한 지도자라고 하겠는가. 베트남에서 기억되기를 박항서는 한국 사람이고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제가 한국 대표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제가 한국 지도자 선택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한국 지도자가 언어 소통이 걸림돌인 것을 빼고는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가 많고 대표팀 가능한 자질이 있는 지도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을 선임하는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시각은 다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지도자들도 언어 소통 아니면 감독 역량은 충분히 국내 지도자가 맡아도 국가대표 잘 이끌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왜 국내 지도자가 맡으면 축구협회에서 금전적인 것보다도 외국인 감독처럼 지원해주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 정도만 선행되면 충분히 맡을 수 있고 그런 역량 발휘 가능하다고 본다. 축구협회는 감독의 언론의 비판에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제대로 했는디 뒤돌아보고 국내 감독들도 역량이 있다. 이번 (독일인인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뵙지는 못했지만, 의문이 생겼다. 이 위원장이 과연 한국 지도자 역량을 얼마나 알까. 어떤 서류가 온다고 해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까 싶다. 외국인 감독 뽑기 위한 선임인가 싶더라. 의아했다. 기술위원장이 외국인인 것은 의외였다."
-당장 행선지는 미정이겠지만, 행정가 가능성도 있는지
"해외에서 제가 무슨 행정을 하겠는가. 김판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처럼 하지 못한다.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행정 능력은 없다. 기술적인 부분이 있으니 그런 제안이 온다면 고려 가능하다."
-베트남에서의 5년 기억은
"압박받아 왔다. (지난 성적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결과물을 얻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축구의 기술적인 것으로 비판한다. 양면을 충족시켜주면 좋겠지만, 베트남 축구를 보면 다 충족은 어렵다고 봤다. 비판가도 있었지만, 격려해줬고 지지해줬다. 그래서 5년의 세월을 올 수 있었다. 저와 같이 고생하고 동행해준 이영진 수석코치에게 감사하다. 다른 코치진, 베트남 스태프에게도 감사하다.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 하리라 본다. 베트남 와서 한국분도 많이 만났다. 베트남 친구도 많이 만났다. 축구가 아닌 인간으로서 교분도 많이 쌓았다. 감독 이상으로 소중하다. 인생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예단은 어렵지만, 그런 5년이라고 본다."
-한국인 지도자들과 동남아에서 맞서 싸웠다. 어떤 추억이 있는지
"부름을 받는 지도자들이라면 능력, 검증받은 것이라 본다. 한국보다 일하기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렵다고 본다. 문화 등을 존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로부터 믿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저도 부족하지만, 제 나름대로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있어서 최대한 자부심 가졌고 책임감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다 훌륭한 분들이니 잘하리라 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라 베트남의 진출 가능성도 있어서 연임 욕심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2년 계약 후 지나니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 또, 2년 지나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4+1 계약을 하면서 옵션인 1년 지나고 결과가 좋고 나쁘든 베트남은 제 재임 동안 어느 정도 목표 달성을 했다고 본다. 국제축구연맹 랭킹도 100위 안으로 들어왔다. 5년째 되면 떠나겠다고 생각했다. 후임 감독이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저는 이것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아세안 축구연맹(AFF) 챔피언십 태국과의 결승 2차전이 끝난 뒤 무슨 감정이 들었는지
"대회 도중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선수들에게 딱 한 번 썼다. 2차전 때 그랬다.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처음 와서 끝나는 순간까지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매번 다짐했다. 어떤 대회더라도 교만해질까 봐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매 경기 처음 하는 것처럼 준비하려고 했다. 막상 끝나고 나니 떠나는구나 싶더라. 한편으로는 준우승, 우승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었다. 약간 화가 나기도 하고 끝나니까 이 부분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도 있었다. 다음 대회가 있었다면 생각을 더 했겠지만, 없으니 편안해지는 것도 있었다. 선수들과 같이 동고동락 못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다 끝나고 선수들이 해줬던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서로 포옹하고 마무리했다."
-월드컵 본선에 도전 가능한 국가를 맡아서 지도해 보고 싶은 욕심은 없나
"카타르 월드컵에서 카타르 대표팀을 보며 느꼈다. 월드컵을 경험했던 팀과 아닌 팀의 차이 말이다. 저 역시 부족하지만, 그런 팀에서 기회를 준다면 생각을 해봐야겠다. 하지만, 불러줄 팀이 있겠는가."
-경기장에서 감사하다고 했던 현지 팬, 국내 팬들에게 소감을 남기신다면
"제 조국인 한국 팬들과 국민께 감사하다. 베트남에서 일했지만, 한국인이라는 점으로 염려해주신 것 알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베트남에서 부족했지만,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5년 동안 국가대표팀도 박항서를 응원했던 축구팬, 국민께 감사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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